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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강」/파격적 연출 생동감·멜로적 재미 만끽(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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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강」/파격적 연출 생동감·멜로적 재미 만끽(TV평)

입력
1996.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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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도의 굴레·도전 진지한 모색없어 아쉬움오랜만에 보는 민중사극 「만강」(SBS, 월화 하오9시50분)은 정통사극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생동감과 멜로적 재미를 주고 있다.

주인공 만강과 관가에서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그의 부모 막손과 순금이네, 만강을 사모하는 노비 삼월이등 천민들의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과 잠재된 에너지가 활력있게 펼쳐지는가 하면, 당시 양반의 타락과 위선을 묘사한 부분은 후련하기조차하다.

만강은 서인갑의 방자노릇을 하면서도 부모를 위해 먹을 것과 술을 얻어다 드리는 효성스러운 아들이지만, 사또 아들 서인갑은 기생집에 드나들기 위해 부모 속을 썩인다. 또 김생원의 장남 달서는 자기 집 여종을 겁탈한다.

조선중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 드라마는 신분간의 벽은 여전히 높고 두텁지만, 양반 내부의 위계질서가 새로 축적된 부를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당시 분위기를 어렴풋이나마 전해주고 있다. 만강이 사모하는 보옥의 집인 최진사댁은 교양과 전통이 깊은 명문이지만, 점점 쇠락해가는 가운을 어쩌지 못한다. 양반 중에서도 신분이 낮은 김생원은 자신의 부를 이용, 신분상승을 하기 위해 아들을 보옥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천민신분의 주인공이 양반집 부녀자의 도움으로 제도의 벽을 깨고 입신하는 내용의 줄거리는 같은 작가 임충이 쓴 「사모곡」(KBS2, 1987년)을 통해 이미 방송됐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사극의 정형성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연출법과 요즘 감각에 맞춘 연기, 대사, 배경음악등으로 인해 같은 내용이지만 아주 새롭게 느껴진다. 상상이나 회상이 중간에 삽입된다든지 국악에 재즈나 신시사이저를 접합한 배경음악등은 이때까지의 사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들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갈등요소는 신분제도이다. 온갖 좌절과 질곡을 겪지만 결국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관직에 오르게 되는 만강의 인생역정은 신분제도의 굴레와 이에 대한 도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보옥과의 사랑도 신분을 속이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서 신분제도의 부조리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기대하게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에서의 성취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만강과 보옥의 안타까운 사랑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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