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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2차 출판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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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2차 출판 어려워진다

입력
1996.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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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새 저작권법 시행 앞두고 기존관행에 큰 변화/계약만료전 중복출판 잇단 거부·「출판권요」 지급도문학도서 출판에서 선집형태의 2차출판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등 국내 문학단행본에 주력하는 출판사들이 자사에서 먼저 책으로 낸 작품의 중복출판에 제동을 걸고 있다. 또 2차출판을 하면서 수록작품을 이미 책으로 낸 출판사에 권리를 인정하는 「출판권 사용료」지급이 이루어지는등 7월1일 새 저작권법 시행과 때를 같이 해 국내 출판관행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고려원은 90년대 한국문학을 정리하기 위해 「탈냉전시대의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집을 제작하면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다. 고려원은 평론가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대표작가, 작품을 선정했으나 해당 작품을 이미 간행한 다른 출판사들이 재수록 허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창작과비평사는 고려원이 재수록을 타진해 온 현기영씨의 「마지막 테우리」 김영현씨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선옥씨의 「피어라 수선화」 방현석씨의 「내일을 여는 집」을 모두 표제로 앞세워 작품집을 냈다는 이유로 재수록을 거절했다. 송기원씨의 「아름다운 얼굴」 김하기씨의 「노역장 이야기」도 문학상 수상등 인지도가 높다며 재수록을 허용하지 않았다. 문학과지성사도 오정희, 최 윤, 정 찬, 신경숙씨의 작품 가운데 신씨의 「풍금이 있던 자리」가 자사출간 소설집의 표제작이며 지금도 상당히 팔리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민음사, 세계사, 솔, 문학동네등 대다수 출판사가 재수록을 허락했지만 차질을 빚게 된 고려원은 일관성있는 선집을 만들기 위해 수록작품을 모두 작가 자선작품으로 싣기로 변경했다. 곧 나올 선집에는 평론가들이 꼽은 소설 21편 중 6편만이 처음 선정한대로 실리게 됐다.

또 문학과지성사는 2차출판을 기획하면서 국내 최초로 「출판권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인 정현종씨의 시선집을 내기로 하고, 시인이 고른 66편의 대표시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에 들어 있지 않은 시를 책으로 낸 출판사에 사용료를 지불할 계획이다. 문학과지성사 채호기주간은 『민음사와 세계사에 공문을 보내 시선집에 들어갈 9편과 10편의 시에 대해 사용료를 지불하겠다고 통보, 구두로 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판권 사용료」란 한 출판사가 책으로 낸 작품을 다른 출판사가 2차출판할 경우, 작가와의 계약이 유효한 기존 출판사에 재수록료를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출판계는 2차출판을 하면서 작가와 의논, 출판허락을 얻고 일시불로 재수록 원고료를 지급해 왔다. 이럴 경우 그 작가의 동일 작품으로 영리를 얻고 있는 기존 출판사가 손해를 보게 돼 분란의 소지가 있었다.

전병석문예출판사대표는 『중복출판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출판사들이 많았다. 중복출판은 작가의 눈치를 보거나, 분쟁을 피하느라 쉽게 허용돼 왔으나 앞으로는 저작권법을 따르고 출판계약을 존중하는 관행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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