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불구 실무접촉 내용 주목/일 언론 “4자회담보다 앞설수도”북한 외교부 이철진 일본과장과 외교부 직속 군축평화연구소 김련길고문등 4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24일 도쿄(동경)에 도착했다.
이들의 공식일정은 25∼26일 일외무성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방문, 27∼30일 도요타자동차공장 견학, 교토(경도)관광 등으로 돼 있다. 일본 외무성은 24일 공식적으로 『이번 북한대표단의 방문은 일정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무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일 양국이 이번 북한대표단 방일을 계기로 정부 실무자 수준의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논의를 본격화하리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더욱이 92년 11월 북·일 교섭이 중단된 이래 비밀접촉 형식에서 벗어나 비공식적이더라도 반공개적으로 양측 실무책임자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철진과장은 3월 일외무성 벳쇼 고로(별소호랑) 북동아과장과 북경(베이징)에서 비밀접촉을 가진 바 있다. 벳쇼과장은 이 사실을 줄곧 숨겨오다 최근 언론과 야당의 추적에 못견뎌 시인했었다. 정부차원의 공식접촉 가능성을 배제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 과장급 실무접촉이 있을지, 없을지는 언급할 수 없다』는 정도인 일외무성의 반응은 당시에 비해 노골적인 느낌이 들 정도다.
이와 관련, 23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만 발표된 북한문제 논의의 실제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측이 「긴밀협의」를 북·일 접근과 남북대화·4자회담과의 공동보조로 해석하고 싶어하지만 일본측은 북·일 교섭이 앞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일교섭은 남북대화에 기여하는 입장에서 진행해 나간다』는 외무성의 기본방침은 「남북대화에 기여하지 못한채 북·일관계만 앞서 나가는 의외의 결과에 대해서도 한국측의 양해를 바란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일본은 리옹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4자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의장성명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한국에 대한 배려를 대신하고 제갈 길을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북한과의 교섭을 서두르는데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대북관계개선에 앞장서 가는데 대한 경쟁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일외무성내에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 내고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대의명분 대신 『유동적인 북한 정세를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우리의 독자적인 채널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로 전후문제의 미해결 과제를 완결한다는 연립3당의 정책목표와 차기 총선을 의식해 「자주외교」의 내용을 채워야 하는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의 정치적 이해도 주요한 요인이다.
북한도 쌀 지원과 경제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수교교섭을 하루라도 빨리 재개하고 싶다는 희망을 수차례 표명해 이미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다. 정당차원의 대북 접촉에 『뒷거래』 『교섭과정 불투명』등 반론을 제기한 일국내여론도 정부간 교섭이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는 잠잠하기만 하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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