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간 반목 해소… 대이 성명은 원론적 입장 그쳐카이로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아랍 21개국 정상들은 아랍권의 단결을 다짐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해 「평화와 점령지의 교환」원칙에 따른 성실한 회담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23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벤야민 네탄야후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정권의 「강경화 움직임」에 맞선 아랍권의 집단적 대응책이자 경고의 한 목소리인 셈이다.
그러나 이 경고의 강도는 예상 수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아랍공영권 창설이라는 대의명분을 공약수로 갖고 있으면서도 국가별로 실리를 쫓는 현실 정치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는 아랍권 내부에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탓이다. 과거 산유 왕정부국들의 걸프협력회의(GCC)와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협력회의(ACC)간 「남북문제」를 지니고 있던 아랍권은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더욱 엄청난 갈등 요소를 배태했다. 아랍민족주의의 맹주를 자처하는 후세인의 이라크를 지지했던 요르단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반후세인 입장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진영에 섰던 시리아 등의 예에서 보듯 아랍국들은 자국의 이해에 따라 사분오열됐고 이는 아랍권내 반목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더욱이 냉전종식과 더불어 대두된 「팍스 아메리카나」구도는 친미냐, 반미냐 하는 또 하나의 갈등구조를 이식해 놓았다.
67년 이스라엘과의 3차 중동전(6일전쟁) 패전의 충격은 아랍정상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아랍의 대동단결을 모색케 한 동인이었다. 당시 수단의 하르툼에서 만난 아랍정상들은 이스라엘 「불인정」이라는 극단적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 원칙은 깨진지 오래다.
따라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때 긴급 소집된 이후 6년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아랍권 내부의 결속과 화해 모색에 보다 주안점을 뒀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작 모임을 촉발시킨 이스라엘 강성정부의 출범에 대한 공동대책으로는 「원칙적인 성명」수준에 머무른 채 아랍내 새로운 위협요인인 회교원리주의 문제및 정상들간의 불편한 관계해소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번 회담은 아랍정상들이 분열된 아랍권의 화해를 모색하고 아랍대 아랍의 대립구도를 탈피, 평화와 경제적 공영에 기여하기로 뜻을 모았다는데 보다 큰 의미를 둘 수 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아랍 정상회담 공동성명 <요지>요지>
▲이스라엘정부가 「평화와 점령지의 교환」원칙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평화 과정중 취해진 모든 조치들을 재고한다. 이스라엘이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고 모든 경로를 통해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골란고원과 남부 레바논으로부터 완전히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 점령지내 정착촌 건설을 중지해야 하며 기존의 정착촌도 철거해야 한다.
아랍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재확인하고 아랍 자유무역지대, 아랍 재판소 등의 설치 계획을 논의한다.
모든 형태의 테러행위를 비난하되 점령및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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