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땅에는 기초적인 정치마저 실종됐다. 실로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번만은 여야가 4일간 머리를 식히며 민의를 살폈던 만큼 의장단을 선출하여 15대 국회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한가닥 기대마저 양측의 고집으로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새 국회가 20여일째 여야의 아집과 권력 이기주의에 의해 문도 열지 못하는 일련의 상황은 그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국회가 전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동안 나라 전체는 우울하고 심각한 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국토산하가 공해로 썩어가고 있고 노동쟁의·수출부진·환율앙등·물가인상 등으로 경제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으며 치안불안, 사회적 갈등과 마찰 등으로 어수선하여 국민은 조정과 견제와 해법을 애타게 갈구한지 오래지만 여야는 이에 아랑곳없다. 국회의 책임을 팽개친 채 상대방을 기죽이고 항복만을 고집하고 있음은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가 이 지경이 된데는 여당의 무리한 무소속 영입과 검찰의 선거사범 처리방식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시작됐지만 진짜 원인은 3김씨의 뿌리깊은 감정을 바탕으로 한 힘겨루기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여야가 조속한 국회정상화 소리를 묵살한 채 서로 네탓이라며 소위 장외에서 벌이는 활동 및 간부회의에서 상대방 공격과 두 야당의 정책공조 움직임 등은 어처구니가 없다. 왜 국회를 서둘러 열어서 당당하게 주장하고 공조하지 않는가.
어제 국회협상은 여당의 「선의장단선출 후상임위원장선출, 정치제도협의안」과 야당의 일괄타결주장으로 결렬됐지만 진짜 속셈은 상대방이 국민의 지탄속에 양보할 때까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벼랑작전이다. 이런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은 책임과 의무는 유기한 채 주장과 명분과 당리만을 챙기면서 「무정치」 「무활동」속에서도 세비와 보너스는 꼬박 타는, 혈세를 유용하는 비생산적인 정치권과 국회의 「무용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김씨의 힘겨루기와 지루한 당리전쟁에 지칠대로 지친 것이다.
여야, 특히 3김씨는 더 이상 국민을 분노케 하지 말고 정치불신이 가중되지 않게 해야 한다. 하루속히 또 무조건 원을 구성, 국회를 정상가동시켜 들끓는 국정현안을 논의, 정부를 감독하여 지친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 모든 주장과 아집을 단숨에 털어버리고 조건없이 국회를 열고 제구실을 할 수 있게 하는 「반전의 정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무조건 개원이 어렵다면, 되풀이하거니와 여야영수회담―3김회담을 열어 시원하게 매듭을 풀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장장 7개월째 문닫고 있는 국회, 새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지 1개월이 돼도 제구실을 못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쾌감과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여야는 민심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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