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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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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남부의 콘돔(CONDOM)이란 마을이 최근 피임용구인 콘돔박물관을 만들기로 했다는 보도다(한국일보 24일자 6면). 인구 7천8백명의 이 마을은 피임용구 콘돔과 이름이 같아 마을을 안내하는 간판을 세워도 이름에 호기심을 느낀 관광객들이 뜯어가곤 했는데 이번에 이를 역으로 마을의 관광진흥에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약제사출신의 제라르 듀불락이란 마을촌장은 콘돔의 역사, 제조기술의 변천자료 등을 전시할 방침이라고 의욕에 차 있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조그마한 마을 박물관 하나 만드는데 느긋하게 서기 2000년까지 4년이란 기간을 잡았다는 점이다. ◆92년 25회 올림픽 개최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상징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이 성당은 독특한 뾰족탑과 함께 기나긴 건설기간이 관심을 끈다. 31년전에 죽은 천재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주춧돌을 놓은 후 지금도 공사가 아주 여유롭게 진행중이다. ◆1백년 예정으로 건설중인 한국천주교 천진암 대성당이 24일 첫 기둥착공식을 거행했다. 10년간의 터닦기공사를 마치고 이날 건물 기둥 48개중 첫기둥의 착공식을 가진 것이다. 이 성당은 한국천주교 창립 3백주년이 되는 2079년에야 제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29일로 삼풍백화점 참사 1주년이 된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대참사를 맛보고도 우리는 아직도 그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빨리 빨리」 풍조에다 안전부재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 등은 제쳐놓더라도 콘돔마을이 마을박물관 하나 마련하는 기간을 우리가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를 위한 대형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기간과 똑같이 잡은 그들의 준비자세는 우리에겐 산 교훈이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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