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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시집 「야간산행」 낸 시인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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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시집 「야간산행」 낸 시인 이성부

입력
1996.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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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품었던 분노 산 사랑으로 풀어내시인 이성부씨(54)가 새 시집 「야간산행」(창작과비평사)을 냈다. 「빈산 뒤에 두고」 이후 7년만에 낸 이번 시집은 그의 시가 세상에 대한 고민과 분노로부터 떠나 산에 대한 애착으로 옮겨와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외로움은 긴 그림자만 드리울 뿐/삶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고즈넉한 품성에 뜨거운 핏줄이 돌고/참으로 키가 큰 희망 하늘을 찌른다/저 혼자 서서 가는 길 아름다워라/어둠속으로 어두움속으로 솟구치는/바위는 밤새도록 제 몸을 닦아/아침에 빛낼 줄을 안다」(「선 바위 드러누운 바위」)

너무 엄청나서 견디기 어려운 시절이던 80년대 초부터 산을 찾았다고 그는 말했다. 『오랫동안 걷기 산행으로 나를 달랬다. 마음에 차지 않았다. 암벽에서 내 몸을 함부로 굴리기 시작했다. 몸을 학대할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산은 나를 숨기는 도구가 되었다. 「비겁하게도」 나는 산에 미쳐감으로써 쾌락에 길들여졌다』

「숨은 벽」 「바위타기」 「화강암」연작 등 이번 시는 산행이나 산에 대한 경외감을 노래했다. 관심의 대상이 달라졌지만 그의 시에는 예전의 주옥같은 노래에서 보였던 정신이 사라지지도 깨지지도 않은 채 남아 있다. 그것은 자기검열과 사랑과 강인함이다. 「…그래도 살겠다고 저리 부비적거리나 어거지로 올라와서 두 팔 벌리고 푸른 하늘 읽어본들 무슨 소용이더냐 올라오는 과정 이미 바르지 않았으니」(「부끄러운 등반」). 암울한 세상에 등돌리면서 시로 울분을 토하다가 시가 어리석고 거짓이라고 말했던 그는 세상을 벗어나 산으로 오르면서 이렇게 사는 길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침묵이 세상에 대한 굴종이거나 수긍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리가 없으므로/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그것이 평화라고 하는 것은/더더욱 잘못이다」.

그런 정신에 바탕을 둔 이번 시집에서 그는 산에서 본 것들이 안겨준 슬픔, 그 슬픔을 사랑하는 마음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의 시는 바위, 절벽, 벼랑 등 남성적인 것으로 가득차 있지만 산의 너그러움, 산의 외로움과 산을 타는 외로움 등 늘 따뜻한 정서를 안고 있다.

그는 앞으로 민족문제를 다룬 시를 써보겠다고 말했다. 『81년 냈던 장시 「전야」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여순사건부터 6·25까지의 이야기 속에 이데올로기, 민족 나아가 통일에 대한 생각을 담을 작정이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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