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없던 심야대좌서 “공감대”/대북정책 사전협의도 재확인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의 제주 정상회담은 「격식없는 실무회담」의 성격에 걸맞게 정치적 협상이라기 보다는 친선적 협의에 가까웠다고 평가할수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 결정으로 고조된 한일 양국간의 협력분위기에 따라 이루어진 회담이니만큼 양국간의 껄끄러운 현안들을 피해가면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당장 협력할수 있는 부분들을 먼저 찾아보자는 만남이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우리 국민의 관심을 끌어온 문제들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만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양국간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몇가지 틀을 마련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앞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격의없는 의견교환의 기회를 자주 갖기로 합의한 점은 적지않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특히 22일 저녁 예정에도 없던 단독회담을 통해 양국정상은 국제정세전반에 걸쳐 인식의 공감대를 찾는 한편 개인적인 유대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월드컵 공동개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국 정부가 긴밀한 연락체제를 유지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당초 양국 정부간의 공동위원회 설치문제가 거론됐었지만 FIFA의 결정이 있을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이밖에 21세기에는 과거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미래를 지향하면서 양국이 서로 협력·발전하는 관계를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청소년·학생 및 젊은 직장인들의 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간의 지식인 10명 내외로 역사연구를 위한 회합을 마련, 양국관계 역사에 대한 공동연구를 활발히 추진키로 했다. 다양한 스포츠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전통문화 분야의 교류도 활성화 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양국 정상은 22일의 만찬에 이어 23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정세 및 한반도 평화정착문제에 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북정책에 관한한 기존의 한·미·일 3국 공조체제를 기본으로 해 한일 양국이 긴밀한 사전협의를 해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고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일본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도 약속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간에 많은 대화가 오고갔지만 이는 현안타결을 위한 것이 아니고 미래를 위해 가능한 공동인식의 범위를 넓혀보자는 「모색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서귀포=신재민 기자>서귀포=신재민>
◎미봉에 그친 「현안」들/「위안부배상」 입장 차 확인/역사공동연구 민간에 넘겨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의 방문성격이 실무방문임이 말해주 듯이 양국간의 껄끄러운 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자제됐다. 따라서 양국간 현안중 상당부분이 미봉의 상태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군대위안부배상문제.
일본측은 「아시아의 여성을 위한 평화국민기금」을 통한 민간 지원에 협조해 달라는 기존입장을 되풀이했고 우리측은 『민간단체와 피해자 및 유족 개개인이 이해할 수 있는 처리 방안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과거사정리문제도 그중 하나이다. 지난해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전총리와 합의했던 「역사공동연구위원회」구성문제가 정부 관여폭을 대폭 축소한 가칭 「역사문제에 관한 회의」를 연내에 설치·운영하는 선에서 절충됐다. 당초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공동 연구결과를 양국 교과서에 반영하는 문제까지 거론하고, 위원의 구성도 정부가 주도키로 했으나 이번 절충에서는 이 문제를 민간차원으로 넘겨버렸다.<서귀포=장인철 기자>서귀포=장인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