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게·소라 등 “공동묘지화”/원인불명… 북해오염 추정만독일 북동부 동프리지아제도 일대 개펄이 의문의 검은 얼룩에 뒤덮여 죽어가고 있다. 네덜란드 접경 니더작센주와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사이의 북해 해안과 그 앞바다에 있는 섬들은 「개펄바다」란 이름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매년 휴가철이면 1,000여만명이 찾는 휴양관광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악취가 나는 얼룩이 카펫처럼 깔리기 시작한 것은 5월초. 썩은 황화수소 냄새가 나는 개펄은 환형동물과 유럽산 새조개, 소라게 등의 대량공동묘지로 변해갔다. 노르더나이섬 해안연구소에 따르면 동프리지아제도 섬들 사이에 펼쳐진 개펄의 약20%인 5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5월말 함부르크의 연방환경부 관리들도 북해 순찰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곳 개펄 100㎢의 수표면에 미끈미끈한 규조류 침전물이 퍼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펄보존운동가 울리히 바우어씨(54)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이 죽었다』고 한숨쉰다.
동프리지아 북해 연안은 80년대말 바다표범의 대량 폐사로 생태계 파괴의 무서움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수레벌레와 같은 윤형동물, 선형동물, 바다달팽이 등 눈에 띄지 않게 개펄에서 살아가는 무수한 생물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죽으면 개펄도 죽는다는 것이다.
개펄은 생물학적 보고이자 북해산으로 유명한 넙치 청어 혀가자미 등 각종 어패류가 태어나 자라는 「놀이방」이다. 골무 하나 분량의 개펄흙에는 해조류 100만 개체가, 개펄 1㎡에는 새우 게 거북손 바늘물벼룩과 같은 갑각류 4만 개체가 살 수 있다. 개펄이 죽으면 이들도 다 죽는다. 이미 북해 연안에는 문절망둑 유럽굴 펠리컨 가시홍어 등이 사라졌거나 희귀해지고 있다.
관광관계자들은 휴가철을 앞두고 폭우가 한번 쏟아지거나 동풍이 불면 얼룩과 해조류 찌꺼기 등이 다 씻겨 나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는 왜 이런 죽음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문가들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연방과 주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골치만 앓고 있다.
매년 북해로 수천톤씩 흘러 들어가는 질소성분이 주범일지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정부 통계에 따르면 북해 주변 농토에서만 화학비료와 하수 등에서 매년 150만톤의 질소가 발생, 상당부분이 북해로 흘러들고 있다. 교통량의 증가로 대기중에서 북해로 녹아드는 독성물질의 증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의 엄동설한으로 섭조개 같은 것들이 얼어 죽으면서 썩는 바람에 개펄 속의 산소량을 저하시킨 것도 개펄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북해가 치명적으로 부영양화하고 있다는 점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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