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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교수 문단 데뷔 18년만에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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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교수 문단 데뷔 18년만에 첫 소설집

입력
1996.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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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으로 가는 문」 펴냈다/전쟁·종교 등 주제 중·단편 10편 담아소설가 김량호씨(43·숭의여전 문창과교수)가 문단데뷔 18년만에 첫 소설집 「북극성으로 가는 문」(실천문학사간)을 냈다.

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는 그동안 장편 「일부변경선」(86년)과 비평서 「한국현대소설과 비평의 만남」(93년)을 선보였다. 죽음, 절망과 맞선 날을 되돌아본다고 쓴 작가의 후기는 그의 과작(과작)이 유달리 치열하고 엄격한 소설쓰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한다.

소설집에 담긴 중·단편 10편은 한결같이 전쟁, 종교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 속의 인간도 죽음을 겪거나 죽음을 결행하려는 극한적 절망에 휩싸인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유일한 중편 「인간의 칼」은 6·25에 얽힌 한 가족의 파멸을 그리고 있다. 좌익에 앞장섰던 백정집안이 국군의 입성과 함께 무너진다. 후일 그 집안의 유복녀와 마을에 들어왔던 국군 중대장 집의 아들 정우가 사랑하게 되지만 배다른 남매간임을 눈치채고 정우는 자살하고 만다. 동생 신우가 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 가는 회고형식의 소설은 스트립 걸로 전락한 형의 애인 우희, 아들의 죽음과 남편의 죄로부터 떠나 절에 들어간 어머니, 정신병원에서 죽어간 백정집 여자등 비극적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화자의 입을 빌려 『가해자는 누구인가』라고 묻고 있다.

표제작 「북극성으로 가는 문」 연작 두 편은 세기말의 세상과 인간의 모습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드러낸 작품이다. 「할아버지는 을사생, 을사보호조약때 태어나 삼일운동과 일제치하를 보내고 해방되기 전해 아버지를 유복자로 남기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해방과 6·25전쟁과 혁명을 겪고 월남참전 귀환용사가 되었으며 새마을운동 하다 유신을 맛보고 광주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그리거나 줄거리 없이 절망적 분위기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초상을 보여준다.

『세기말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앞으로의 선택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소설 속의 사람들이 어둠에 갇힌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극성…」의 등장인물이 현실에서 희망을 얻지는 못하지만 늘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북극성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그 모습을 엿보게 된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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