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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1년 총평/이기우 인하대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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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1년 총평/이기우 인하대 교수·공법학

입력
1996.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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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토양불구 뿌리내렸다/성급한 불신보다 발전지혜 모아야기대와 우려속에서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된 민선지방자치가 한돌을 맞고 있다. 인재의 빈곤, 재정의 빈곤, 권한의 빈곤이라는 척박한 토양에서 지방자치의 씨앗이 뿌려졌지만 지방자치제도는 대체로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단체장들은 법규를 준수하면서 지방적인 특성에 맞는 행정으로 주민 수요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가의 업무도 큰 문제없이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자치능력과 정치수준은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중앙정부와 국회가 혼란과 파행을 거듭하는 속에서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대체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방자치 반대론자들은 「우리의 자치의식이 미숙하고 준비가 덜 되었다」「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이 분열돼 혼란을 초래한다」등의 이유를 내세워 민선자치를 미루려 했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금에도 이들은 형태를 바꾸어 여전히 중앙정부의 조정과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징계제도, 지자체에 대한 파산선고제, 지역갈등에 대한 강제직권조정제도, 사회간접자본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자체 배제등의 움직임등이 그것이다.

민선자치 1년이 된 이제는 우리 모두 지방에 대한 불신을 씻고 지방 발전에 보다 비중을 실어주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를 실시해 당장에 나타나는 효과라든가, 어느 단체장이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적표를 매기려는 성급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큰 혼란없이 지방자치가 정착돼가고 있는 것 자체가 이 시점의 가장 큰 성과라고 보아야 한다.

단체장이 취임해 업무를 파악하고 예산을 세워 집행한 것은 아직 6개월도 되지 않는다. 성급한 성적매기기와 과잉적인 기대는 자칫 이제 막 발아하여 자라기 시작한 지방자치의 싹을 흠집내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 어제 심은 사과나무가 오늘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탓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민선 1년동안 드러났던 문제점을 분명히 짚어 대안을 마련하고 민선자치주역들에게 분발의 계기로 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단체장 민선 한돌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동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하는지, 행정업무와 산적된 과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뇌하여 아이디어를 모으고 힘을 보태어 주는 일이다.

이제 중앙정부는 분가한 지방자치단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분가한 자식을 못미더워 일일이 간섭하는 부모가 자식의 장래를 망치듯이 중앙정부의 지나친 통제는 지방의 자생력을 저해할 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중앙에 의존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 나가려는 분권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 주민은 다스림을 받는 객체가 아니라 참여하는 주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은 혼자 결단하려 하지말고 주민과 더불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진지함을 견지해야 한다.

지역의 주민은 방관자적인 역할에서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제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방자치는 국가로 대표되는 「그들의 일」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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