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대에 못미친 「사과」/하시모토 총리 과거사 언급 평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대에 못미친 「사과」/하시모토 총리 과거사 언급 평가

입력
1996.06.24 00:00
0 0

◎내용·표현 종전수준에 미달/“전세대의 문제” 의식 노출도하시모토총리는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두차례에 걸쳐 한·일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번은 22일 만찬석상이었고 또 한번은 23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한 응답형식이었다. 그러나 그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형식과 표현에 있어서 지난해 8월15일 무라야마(촌산부시) 당시 총리의 「통렬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시모토총리는 22일 만찬석상에서 『과거 일본의 행위가 수치스럽고 창피한 일』이라며 군대위안부 문제를 처음 언급,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보다 진전된 입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하시모토총리의 답변은 그동안의 과거사사과에 비해 군대위안부와 창씨개명 등 사안별 입장을 밝힌 이례적인 것일뿐 내용과 표현은 이전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시모토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패전 당시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한국에서 창씨개명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함으로써 짐짓 「과거사는 전세대의 문제」라는 인식을 노출했다.

하시모토총리는 『창씨개명 등의 행위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줬는지는 상상도 못할 정도』라고 말해 한국인의 상처를 모른다는 말인지, 상처가 너무나 커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인지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시모토총리는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 문제 만큼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큰 상처를 준 일은 없다』며 『마음으로부터의 사과와 반성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한후 곧바로 『우리는 월드컵공동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미래를 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서귀포=장인철 기자>

◎일본 반응·표정/“양국관계에 미래지향적 진일보 계기” 환영 분위기

일본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양국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은 양국이 월드컵의 성공적 공동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하고 한반도 안정과 대북관계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재확인 한 것 등을 이번 회담의 주요한 결론으로 거론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과거사 인식, 군대위안부 문제 등 그동안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걸림돌에 대해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총리가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발언한 것이 한국 국민의 대일감정을 어느정도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하시모토총리가 일본유족회와 「모두 야스쿠니(정국)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지금까지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책임을 부정하는 입장이었기때문에 회담 결과를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 문제가 회담 의제에서 배제된데다 하시모토총리가 방한 전용기내 기자회견과 정상회담후 공동기자회견 등을 무난히 「통과」하자 안도하고 있다. 또 하시모토총리가 김대통령을 정치선배로 깍듯이 모시며 양국 정상간 우정쌓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김대통령도 이를 예의있게 받아들임으로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일본 언론으로부터 높은 점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역대 양국 정상이 만날 때마다 「미래지향」이라는 화두를 꺼냈지만 이후 돌출 현안으로 양국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 간 전례가 수없이 많았기에 이번 회담도 과연 구체적 결실로 연결될 수 있을 지 회의적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시모토총리가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라는 용어를 끝내 피하고 「사과와 반성」이라는 종전 수위의 입장을 표명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도쿄=박영기 특파원>

◎한·일 정상회담 스케치/노타이 콤비 차림 시종 화기애애/월드컵 성공개최 기원 축구공 서명 교환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일본총리는 23일 상오 7시30분 숙소인 서귀포 신라호텔 사라실에서 조찬을 겸한 단독 조찬회담을 갖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두 정상은 이날 상오 11시까지 단독조찬회담,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1시간여에 걸쳐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등 빠듯한 일정을 보냈다. 두정상은 노타이 콤비차림의 파격을 유지하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날의 화두는 단연 쾌청한 날씨에 모아졌다. 우려와 달리 날씨가 좋자 김대통령은 짙은 밤색 상의에 노타이차림으로 먼저 조찬장에 도착했다가 하시모토총리를 맞으며 『우리말 속담에 비가 오면 반가운 손님이 비를 동반한다는 말이 있고, 또 날씨가 좋으면 좋은 손님이 와 날씨가 좋다는 말이 있다』며 『날씨에 따라 손님을 접대하는 인사말이 달라지는데 오늘은 좋은 손님이 와 날씨가 좋은 것같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확대정상회담이 열린 월라룸은 91년 한소정상회담에 이어 4월에는 김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던 곳. 따라서 이번에 한일정상회담을 포함해 주변 3강 정상회담을 개최한 장소라는 기록을 세웠다. 월라룸 벽면에는 원래 서양 유화가 3점 전시돼 있었으나 이번 회담을 위해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따로 준비했다. 서양화의 크기에 문제가 있어 두나라 정상의 목부분이 그림 하단에 걸리는 사진이 찍히기 때문 이었다는 후문이다.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두나라 정상은 상오 10시10분께 나란히 걸어서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기자회견장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으나 태양이 작열해 따가웠다.

두나라 정상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월드컵의 성공적 공동개최를 위해 직접 서명한 축구공을 교환했다. 두나라 정상은 신제주초등학교 4학년인 고근혁(10)·조익성군(10)에게 각각 공을 받아 서명해 교환한 뒤 공을 번쩍 치켜올리며 협력과 우의를 과시했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와 태평양전쟁유족회회원 20여명은 22일에 이어 이날도 신라호텔로 가는 중문단지 초입에서 「군대위안부문제 해결없는 한일정상회담 반대」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서귀포=장인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