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허심탄회 할 얘기있다” 단독 대좌/일 총리 선물 술잔에 제주 허벅주로 건배 화기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는 22일 숙소인 신라호텔내 월라실에서 노타이 콤비차림으로 만찬을 함께 하며 중국의 핵실험과 미중관계,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선거, 미일안보조약등 국제정세 전반에 관해 2시간50분동안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만찬이 끝나갈 무렵인 하오8시50분께 김 대통령이 『우리끼리 허심탄회하게 할 얘기가 있다』며 통역만 남기고 만찬 배석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55분동안 하시모토 총리와 요담에 들어가는 바람에 만찬행사는 예정에 없던 단독정상회담 자리로 바뀌었다.
○…만찬회담이 끝난뒤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세계정세에 대해 솔직한 평가가 있었다』며 『하시모토 총리도 이날의 대화가 밖으로 공개되지않는다는 전제하에 할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기록자도 없이 두 정상만 대화를 했기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수 없지만 양국간의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도 정상간의 시각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대통령은 만찬 건배에 앞서 보도진의 요청으로 하시모토 총리와 다시한번 악수를 나누었고 모두말씀을 통해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낫다』며 『동서고금을 통해 이웃과 잘 지낸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양국이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과거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미래를 지향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발전하는 관계를 도모하게 되기를 기원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폭넓은 문제를 기탄없이 논의함으로써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고 우호협력의 한 페이지를 열어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미국 대통령선거의 이슈가 되는 일은 바람직하지않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초당적으로 다루어야할 문제』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하시모토 총리는 『KEDO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평가한뒤 『최근 미국의회에서 KEDO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하시모토 총리가 선물한 크리스털 술병과 술잔에 제주 토속주인 허벅술을 담아 우의를 다짐하는 건배를 교환했다. 두 정상은 몇 순배 술잔이 돈 탓인지 얼굴이 다소 붉어지는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만찬에는 우리측에서 공로명 외무장관과 김태지 주일대사,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 일본측에서 이케다 유키히코외상과 야마시타 신타로(산하신태랑) 주한대사등 모두 18명만이 자리를 같이 해 정상만찬치고는 이례적으로 단촐한 분위기였다. 또 실무회담이라는 특징을 살려 공식의전과 격식을 배제하고 일체의 실내악이나 배경음악을 넣지않아 정상간의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를 유도했다.<서귀포=신재민·장인철 기자>서귀포=신재민·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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