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끌어 안기” 순탄 행로에 뜻밖 장애/중동정책 파트너 애제재 상황 올수도북한의 대이집트 스커드 C 미사일 부품 수출설로 대선을 앞둔 빌 클린턴 미대통령 행정부가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미국의 극우보수신문 워싱턴 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미중앙정보국(CIA) 비밀보고서를 입수, 북한이 3월과 4월 사정거리 500㎞ 이상인 스커드 C 미사일 제조용 부품들을 이집트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대변인은 이날 낮 뉴스 브리핑때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기사의 사실 여부는 언급을 피한 채 『누군가가 워싱턴 타임스에 비밀서류를 유출시켜 국무부안의 어떤 사람을 골탕먹이고 칼질하려 했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기사의 사실여부를 떠나 그러한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국무부 쪽에서 미사일 수출설을 이처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북한이 베를린에서 미국과 1차 미사일회담을 가진 4월에 수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앞에서는 협상 운운하면서 뒤로는 여전히 「못된 짓」을 하고 있었다는 방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공화당과 행정부내 매파로서는 북한 때리기에 인색한 국무부 등 클린턴 진영을 몰아붙일 좋은 구실이 되는 셈이다. 더구나 미행정부로서는 내달 북한과 공동으로 한국전 참전 실종미군 유해 공동발굴이 예정돼 있고 2차 미사일협상 일정을 조율중인 상태다.
바로 이처럼 「잘 나가는 시기」에 수출설이 터진 것이다. 국무부는 일부 물자가 북한에서 이집트로 수송된 것 같지만 그것이 과연 미사일 제조용 물자인 지는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도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행정부는 미사일확산방지법에 따라 92년의 경우처럼 북한에 대해 2년간 무역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 94년 제네바 북핵 합의로 북한 끌어안기에 성공했다고 자랑해 온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미국 중동정책 수행의 핵심 파트너인 이집트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중동평화 실적까지 위태로워질 수가 있다.
이들 두 나라에 대한 제재가 현실적으로 난감한 상태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