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 형식적… 실무와는 거리/문화재관리국 연구직 9% 불과/검증절차 공개·처우 개선 필요가짜문화재가 발 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감식기술을 향상시키고 문화재 지정·감정에 관한 제도와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던 다른 나라들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도 59년에 가토 도쿠로(가등당구랑)라는 도공이 만든 가짜 도자기사건이 있었다. 에이닌(영인)시대(1293∼1299년) 유적지에서 출토된 이 가짜도자기는 국보로 지정됐으나 1년후 조작사실이 밝혀져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도자기는 곧 국보에서 해제됐고 지정작업에 참여했던 도자분야의 권위자 고야마 후지오(소산부사부)는 문화재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사건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과 국보지정절차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진국 문화재 지정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개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검증절차. 문화재 등록및 관리자문을 맡고 있는 영국의 유산위원회(Heritage Committee)는 위원수가 10명 안팎이지만, 문화재 심의때는 반드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개세미나등을 통해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독일의 문화재전문가위원회(위원수 5명)나 미국의 문화재자문위원회(11명)에는 행정공무원, 대학교수, 개인애호가, 예술상및 골동품상이 두루 참여한다. 완벽한 감정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학자들뿐 아니라 현장경험자들의 안목도 빌리는 것이다. 국가는 국가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서로의 감정능력을 깎아내리고 비웃는 우리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문화재위원수가 적다 해도 실무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월등히 많다. 일본 문화재보호심의위원회는 위원이 5명에 불과하지만 전문위원과 임시전문위원을 활용, 문화재 1점의 감정을 위해 많게는 수십명의 전문위원이 검토작업을 맡는다. 반면 일본것을 본뜬 우리의 전문위원제도는 운용면에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현재 문화재위원회 아래 1백20명 정도의 전문위원이 있지만 임명 자체도 형식적이고 상설기관이 아니어서 어쩌다 문화재 지정에 앞서 학술조사를 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직함만 유지할 뿐이다.
문화재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재관리국에 상근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개선돼야 한다. 국가지정문화재는 매년 늘어나는데 문화재관리국 직원중 전문연구직의 비율은 9%도 채 안된다(별표참조). 91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오히려 그 비율이 낮아졌다.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유산의 해인 내년에 의심스러운 국보를 재감정하고 문화재지정 예고제의 도입을 검토하는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문화재행정을 펼치려면 국가차원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책으로는 문화재관리국을 문화재관리청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 문화재위원회의 구성및 운영에 대한 전반적 개선, 담당공무원의 전문화및 처우개선등이 거론되고 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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