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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주민 울리는 「관료 삼무주의」/곽영승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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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주민 울리는 「관료 삼무주의」/곽영승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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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의 병폐를 지적하는 말들이 많은데 그중 「삼무주의」라는 말도 있다.공무원들이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규정이 없다 ▲예산이 없다 ▲전례가 없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공무원들이 삼무를 들어 민원을 회피하는 이유는 일하기 싫거나 뇌물을 원하거나 무사안일에 의한 보신주의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래된 관청의 경우 대리석으로 된 문턱이 움푹 파여있는 것을 종종 본다. 이를 두고 『얼마나 민원인들을 오라가라 했으면 돌이 다 닳았을까』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화마에 할퀴고 수마에 쫓기는 고성산불 피해주민들은 이 삼무주의 때문에 설상가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지금껏 배상금 한푼 받지못했으며 장마철인데도 시급한 사방작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당국이 사후약방문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강원도관계자는 『총리주재의 회의가 열려 고성산불 피해수습을 위한 경비지원안이 의결돼야 배상액을 집행하게 된다』며 『위원회가 언제 열리는 지는 총리실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고성군도 12억원의 성금에 대해 정부의 수습안이 결정되면 이와 연계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연간 20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려왔던 송이채취를 30년간 못하게됐다며 손실보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도관계자는 『정부가 정확한 선례나 규정이 없어 아직 방침이나 원칙조차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산불이 났을때 헬기등을 타고 요란스레 행차해 신속한 사후대책을 약속했던 「높은 분들」이 지금 모두 어디에 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높은 분들」은 숯덩이로 변해버린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분노를 키워가고 있는 민초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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