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시장매출 최고 절반 감소/부유층상대 고가수입품·외식업등 호황 대조/경기양극화가 서민경제 압박 주원인/소비고급화·시장개방이 침체 더깊게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얼어붙었다.
내수부진 수출둔화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서민들이 영위하는 업종은 더욱 심각한 불경기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연착륙을 장담하고 있으나 체감경기는 이미 얼어붙은 상태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서민생활과 동떨어진채 운용되면서 「정책 따로, 서민생활 따로」의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계와 유통업계등에 따르면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20∼30%, 많게는 절반까지 줄어드는가 하면 중산층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 서민들의 생업터전인 중소기업의 휴·폐업체수가 늘어나고 있고 중산층의 구매력감퇴로 주요 가전제품매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교육비 교통비등 생활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의 짙은 그림자가 서민생활에까지 엄습, 「연착륙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가 최근 임금협상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해외골프관광 주선업체나 유명백화점의 고가수입품코너와 고급외식업체들이 갈수록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한일은행의 손준태 남대문출장소장은 『점포를 비울 수 없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 거둬오는 예금 수금액이 작년엔 하루평균 1억∼2억원정도였으나 요즘엔 7천만∼8천만원정도로 줄었다』며 『특히 의류업체의 매출이 절반가량 감소한 반면 수입품가게 매출액은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경배 사장은 『작년까지 3백50만원정도였던 하루 매출이 최근 2백50만원가량으로 줄어들었으며 인근 슈퍼마켓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민경기의 악화는 대기업·중화학공업이 경기를 주도하고 중소기업·경공업은 경기부진을 겪는 경기양극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해 대기업이 이끄는 중화학공업이 14.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을 때도 서민경기와 직결된 경공업분야는 0.7% 마이너스성장을 겪는 등 호황속의 그늘에 있었다. 올 1·4분기에도 중화학공업은 10.8%의 높은 신장세를 보인 반면 경공업은 2.0%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 경기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체의 올 1∼4월 평균 가동률(82.4%)이 전년동기보다 0.6% 낮아지고 판매부진과 자금난으로 휴업체수도 12.7% 늘어났으며 4월중 중소제조업의 고용도 0.6% 감소했다.
더구나 서민경기와는 거리가 먼 해외골프관광 등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대형백화점의 고가수입품가게가 호황을 누리는 소비구조의 고급화도 서민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했다.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 서민들의 주머니로 나눠지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다시 대기업으로 환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백화점의 매출신장세는 올들어서도 15∼20%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의 매출은 격감하고 있다.
서민경기의 위축은 중산층의 지급능력을 떨어뜨려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증했다. 3월말 현재 신용카드 연체율은 7,862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14%나 증가했다. 같은기간 신용카드 발급수 증가율(4.8%)에 비해 연체율의 증가폭이 월등히 높다. 이종원 LG경제연구소연구위원은 『재래시장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서민경기의 위축은 경기양극화 소비구조의 고급화외에도 시장개방에 따라 외국유통업체들과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본격 진출, 시장을 잠식하는 등 이중 삼중의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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