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의 소외감과 부족감은 문민정부들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문화정책이나 행정의 실상이 문민정부라는 이름이 부풀려준 기대치에 아득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근대화에 밀렸던 문화예술은 문화의 중요성이 되풀이 강조되는 지금도 여전히 뒷전에 처져 있고 「문화창달」은 구호일 뿐이라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문화예술인들 중에서도 무대접을 받아왔다고 생각해온 연극인들은 97의왕세계연극제의 취소로 또 한 번 실망과 좌절을 맛보았다. 「제27차 ITI(국제극예술협회)총회및 97세계공연예술축제」 조직위가 20일 하오 발표한 성명에는 실망감과 배신감이 담겨 있다.
조직위는 우선 연극제에 필요한 문화시설의 건립을 반대하는 반문화적 사고를 비난했다. 환경친화적인 연극제 창설을 추진했으나 연극인들이 마치 환경파괴분자들인 것처럼 매도당해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체육시설이 그린벨트에 세워졌고 2002년 월드컵경기장을 짓기 위해 방대한 그린벨트가 훼손될텐데 체육시설은 공익시설이므로 가능하고 문화시설은 공익시설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선례가 된다는 반대론 때문에 행사를 취소해야 했던 연극계는 이번 사태가 그린벨트에는 공공문화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연극계의 분노에는 충분히 이유가 있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을 전혀 몰랐다면 연극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연극제를 법적 행정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은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행사를 열어야 할 만큼 연극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연극인들은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잖느냐. 그러니 도와달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문화행사는 선의와 순수성만으로 성사되지 않는다. 창작은 환상과 공상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공연과 행사는 현실의 무대에서만 가능하다. 이제 「반문화공무원들」을 탓해봐야 소용이 없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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