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위조수법에 기는 감정기술/갈수록 지능화 성분까지 똑같이 조작/장비성능 떨어지고 운영·인력도 불실담뱃가루를 섞은 물에 종이를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는 고서화 위조는 초보수법이긴 하지만 눈으로는 전혀 진위를 판별할 수 없다. 염산으로 부식처리한 후 6개월∼1년 볏짚과 함께 묻어둔 청동기나 매실즙과 황산등의 혼합용액으로 부식시킨 청동기는 전문가들도 속아 넘어갈 만큼 진짜와 똑같다. 문화재 위조수법은 갈수록 지능화해 전문가도 진위 여부를 감정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재과학의 수준은 아직 걸음마단계이다.
국보 보물등 국가지정문화재의 성분분석및 보존처리는 문화재관리국 산하 문화재연구소(소장 장경호)가 맡고 있다. 75년 4월 발족된 문화재연구소는 각종 기기 90여종을 이용, 성분분석·제작연대 측정, 숨겨진 문양·문자 확인등을 통해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기는 크게 시료 채취를 위해 유물의 일부를 파괴하는 파괴검사기기와 원형을 보존한채 조사하는 비파괴 검사기기등 2가지로 나뉜다. 파괴검사기기인 원자흡광분석기는 쌀알 크기인 10㎎의 시료만 채취하면 정확하게 성분을 분석할 수 있지만 금속 토기 유리등 무기재료만 가능하다. X선을 대상물질에 투사해 반사각도를 측정, 성분을 분석하는 X선 회절분석기는 금속 목재 섬유재질의 유물을 조사할 수 있는데 오차율이 비교적 크다. 이밖에 유물의 명문, 문양을 판독할 수 있는 적외선 TV카메라, 제작기법을 추측할 수 있는 금속현미경, 유물의 기계적 성질을 밝혀내는 재료시험기등이 있다.
문제는 이런 기기들의 성능이 위조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점이다. 웬만한 것은 성분측정등을 통해 진위여부를 판별할 수 있지만 최근엔 성분마저 진짜와 똑같이 조작하는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특정시대 유물의 성분분석표를 입수, 첨단주물장비로 만든 유물은 감정·진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물에 붙은 흙의 납 동위원소 비례율을 측정, 발굴지를 확인해내는 질량분석기와 재질의 성분을 1백% 가까이 분석해낼 수 있는 투과형 전자현미경등 첨단기기의 도입이 시급하다.
장비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있는 장비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운영상의 부실이다. 보유중인 기기가 90여종인 문화재연구소의 보존과학실 연구인력은 14명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기기도 있다. 연간 예정 발굴건수가 1백여건, 출토유물만 1만여점이나 돼 성분분석을 거쳐 산지및 발굴지, 유입경로등을 제대로 규명한뒤 보존되는 유물은 전체 발굴유물의 1%도 안된다. 이같은 절대인력 부족은 처우가 좋지 않아 연구원 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월급이 65만원이라는 문화재연구소 6년 경력의 한 연구원은 『일손이 달려 대학생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해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전문가들은 과학적 유물감정과 관리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고고학과 첨단과학을 접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주(최주·62)연구위원은 『문과 출신으로만 구성된 문화재위원회에 화학 생물학 금속학 목재조직학등 자연과학 연구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과학자들로만 이루어진 문화재위원회는 자신의 경험과 인문학적 연구에만 의존할 뿐 과학적 분석자료의 중요성과 그 내용을 잘 몰라 참고자료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동현문화재연구소보존과학실장은 『가짜 총통파문이 유물관리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운영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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