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듣는 것 같은 철학적 단상프랑스의 한 시골에서 200년 동안 살며 일곱 명의 주인을 만난 플라타너스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들려준다. 이 나무는 프랑스 대혁명시절 무엇이든 태워 없애버릴 기세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소요가 번질 때 느꼈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나무의 죽음은 남을 위한 죽음」이라고 스스로의 삶을 정의할 줄 안다. 수필같은 이 소설은 살아 있는 나무의 무언의 소리를 전해준다.
봄꽃의 왕은 마로니에이고, 여왕은 야생목인 산사나무꽃이다. 버드나무는 비관론자이고, 단풍나무는 가을의 상념에 잠기게 만든다. 시골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는 대도시에 사는 그의 사촌들이 서늘한 공기와 별빛이 있는 밤을 즐기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땅 속의 구덩이가 누군가를 위한 무덤이라면, 그 구덩이가 나무에는 요람」이라는 따위의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간간이 던지고 있다. 철학적인 짧은 생각과 자연관찰이 혼합된 이 이야기는 꼭 나무에서 듣는 소리처럼 더 없이 자연과 가까운 소설이다. 작가는 신체를 이루는 여러 기관을 연극배우처럼 등장시킨 소설 「육체의 전설」을 먼저 출간, 사물을 보는 독특한 시각을 선보인 바 있다. 임선옥 옮김. 창작시대사간·5,000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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