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에 개최될 예정이던 의왕세계연극제가 무산됐다. 예산확보가 불투명한데다 연극제 예정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지만 그 이면엔 주최측의 준비부족이 도사리고 있다. 이같은 결과가 의왕연극제의 모태행사인 「97세계공연예술축제」와 이제 싹이 트기 시작한 지방문화행사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의왕연극제 무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규모나 준비기간으로 보나 한 지방도시가 치르기엔 무리였다. 1년이란 짧은 기간에 1천5백석 규모의 문예회관, 3천2백평의 소극장마을등의 시설을 마련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연극제 사업비 6백60억원도 의왕시로서는 버겁다. 이는 의왕시의 금년도 일반회계 6백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도의회가 도의 금년도 지원예산 67억원을 전부 삭감한 것도 시의 재정규모로 봐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연극제 예정지가 그린벨트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의왕시는 93%가 그린벨트다. 의왕시는 이번 연극제를 계기로 그린벨트를 최대한 활용, 환경보전과 지역개발을 조화시킨다는 복안을 가졌으나 정부가 나쁜 선례가 된다고 이의 사용을 거부하고 나온 것이다.
이상의 상황으로 미루어 의왕연극제는 꿈만 크고 사전 준비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문화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문화의 확산이란 점에서도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일을 벌여놓고 보자」는 식의 행사추진은 찬성할 수 없다. 지방문화행사는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이를 성공시켜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도나 정부와 충분히 의견을 나누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함은 기본 상식이다. 그린벨트 문제만 해도 정부와 사전에 협의를 했으면 이번과 같은 시행착오는 없었을 것이다. 모든 행사의 준비가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문화행사일수록 정부의 지원이나 협조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지방의 한 행사로 전락하기 십상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쉬운 것은 이 연극제를 살릴 수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문화복지국가 건설을 선언하고도 이 연극제를 외면한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조금만 의지가 있었어도 한국문화 세계화의 다시없는 기회인 이 연극제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연극제 무산이 국가적 망신이 되지 않도록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평소 즉흥적이 아닌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도 문화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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