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없이 주먹구구 대처 수십억원 손해도세계시장이 환율변동에 따라 수개월만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환차손 환차익이 발생하는 「환율전쟁」시대를 맞고 있으나 대부분 국내기업들이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환율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환율전문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환율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순간의 판단착오로 수십억원대 환차손을 입는가 하면 일부 유수 대기업들은 앉은 자리에서 100억원가량의 환차익을 얻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수협이 엔화환율 예측에 실패, 순식간에 196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던 것처럼 국내기업들이 환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인 C사는 최근 잘못된 환율예측으로 39억원가량의 피해를 보았다. 이 회사는 1월 일본으로 1년동안 5,000만달러상당의 물품을 수출하기로 계약하고 엔화표시 수출대전(엔화기준 계약서)을 받아놓았다. 당시 달러당 엔화환율은 98엔. 이 회사는 1년후 49억엔(5,000만×98)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당 엔화환율은 109엔까지 치솟았다. 따라서 109엔대 환율이 내년 1월까지 지속될 경우 4,500만달러(엔화환율 109엔기준 49억엔)가량 밖에 받지 못한다. 500만달러(약 39억원)가량의 환차손을 입은 것이다. 이 회사 경영자는 엔화환율이 103엔 105엔 108엔으로 계속 오르는 동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마음이었다가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증권사들도 올초 민간연구소들의 「올 하반기 원화환율이 달러당 750∼760원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만 믿었다가 수억원씩의 환차손을 입었다. D증권사는 2월초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2,00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받아 보유해왔다. 당시 달러당 원화환율은 780원대. 이 증권사는 연구소들의 예측만 믿고 2,000만달러를 모두 원화로 바꿨다. 달러당 780원을 받고 판뒤 환율하락후 750원에 되사면 달러당 30원의 환차익을 얻게 되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원화환율은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800원으로 올랐다. 780원을 받고 팔았던 1달러를 800원에 되사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려주게 됐다. 달러당 20원, 2,000만달러에 대해 4억원의 환차손을 입은 것이다.
이 증권사가 이같은 환차손을 입게 된 것은 「정석」을 벗어난 환투기를 했기 때문이다. 정석대로라면 4개월 동안 달러가 필요한 은행 등에 당시 환율인 780원으로 빌려주고 4개월후에 780원에 되사기로 하는 「헤징」(HEDGING, 미래의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을 했어야 했다. 「헤징」을 하게 되면 환율이 내려도 이득이 없지만 올라도 손해는 없다. 반면 환율전문가로 무장한 일부 대기업들은 환율예측이 적중, 엄청난 환차익을 얻고 있다. 수출제조업체인 A사는 1월 일본으로부터 1억달러상당의 원자재와 부품을 내년 1월 수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엔화표시 수입대전을 발급했다. 계약당시 달러당 엔화환율은 98엔대. 총 물품대금 98억엔(1억달러)을 1년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엔화환율이 109엔대까지 오르자 물품대금은 9,000만달러가량(달러당 109엔기준의 98억엔)으로 줄어들어 1,000만달러의 환차익을 얻게 됐다.
허고광 한은국제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환율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환율전문가도 없어 환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특히 최근처럼 민간연구소들의 신중치 못한 환율전망만 믿고 환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큰 손해를 본 업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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