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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신그룹」 전격해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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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신그룹」 전격해임 했나

입력
1996.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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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드 영입」 크렘린 권력투쟁 회오리/옐친,일단 레베드 손들어주기크렘린이 심상치 않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대선 결선투표의 「필승카드」로 영입한 알렉산데르 레베드 후보의 입성과 동시에 크렘린이 권력투쟁의 회오리에 말려들고 있다.

권력투쟁의 첫 라운드는 레베드와 소위 「옐친 가신그룹」인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경호실장, 미하일 바르수코프 연방보안국(FSB:KGB의 후신) 국장간에 벌어졌다. FSB가 19일 옐친진영의 선거운동 책임자인 쇼 흥행업자 세르게이 리소브스키와 아르카디 예브스타프예프를 전격 체포한 것이 발단이었다.

가신그룹은 두사람의 불법외화 소지및 부패, 블라디슬라프 리스체프 전제1국영TV 사장 암살 관여 혐의를 들었으나 레베드는 코르자코프실장과 바르수코프국장이 대선 결선투표를 무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이들을 체포했다고 비난했다. 결국 옐친대통령이 20일 코르자코프실장과 바르수코프국장, 올레그 소스코베츠 제1부총리를 전격해임, 레베드가 KO승을 거뒀다.

옐친의 이같은 조치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물의를 빚은 측근들의 책임을 물은 형식이나 실제로는 재집권을 위해 크렘린내 권력투쟁에서 레베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레베드=대선승리」등식을 믿어 의심치 않는 옐친대통령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로써 레베드는 크렘린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국방 내무 보안기관등 권력기관을 총괄할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코르자코프와 바르수코프를 쫓아 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을 앉힐 가능성도 크다. 기선제압으로 그는 총리 또는 부통령급으로서의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그러나 91년 대선에서 옐친이 보수 민족주의 계층을 겨냥해 「러닝 메이트」로 손잡았던 아프간전쟁의 영웅 알렉산데르 루츠코이 전부통령의 몰락이 레베드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때 옐친과 역할을 분담하기까지 했던 루츠코이는 곧 옐친의 눈밖에 났다. 그는 93년 10월 의사당 유혈사태때는 옐친에 총부리를 겨누었고 현재는 주가노프 진영에 몸담고 있다.

레베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또다른 징후가 있다. 전임 안보위 서기 올레그 로보프와 안보담당 보좌관 유리 바트린이 크렘린의 「이너서클(핵심층)」에 그대로 남아 있어 레베드 견제역을 하고 있다. 막강한 2인자의 등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옐친대통령의 성향도 변수이다.

첫 싸움에서 주춤한 가신그룹은 옐친이 재집권 이후 건강회복을 위해 일정기간 정치2선으로 물러날 경우 본격적인 「레베드 죽이기」에 나설 수도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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