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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가족묘지(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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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가족묘지(장명수 칼럼)

입력
1996.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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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의 국토 잠식이 심각하므로 매장대신 화장을 늘리고, 묘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지만, 막상 자신의 가족묘지를 바꿀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묘지와 길흉화복을 분리해서 생각할수 없고, 조상이 묻힌 곳을 함부로 손댈수 없다는 사상이 뿌리깊기 때문이다.20일 열렸던 서울시민위원회 보건·복지분과위 간담회에서는 광범위한 복지시책 추진방안이 토의되었는데, 가장 관심이 높았던 분야는 납골묘지 조성 계획이었다. 거대한 서랍장 형태의 납골당은 아직 우리 정서에 맞기 어렵고, 기존의 봉분형 묘소를 면적이 덜 드는 평분으로 바꾸는 것은 저항이 예상되고, 적절한 대안없이 화장을 권장해 봤자 호응이 높지않다는 점들을 감안할때, 납골묘지 보급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

납골묘지는 한사람이 묻히던 묘소를 일가의 묘지로 영구히 사용할수 있으므로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묘지 마련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강점이 있다. 봉분이나 평분 형태의 묘소안에 여러개의 유골함을 안치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차면 윗대의 유골을 묘역에 뿌려 계속 공간을 만들수 있다. 비석에는 「안동김씨 일가의 묘」등으로 크게 쓰고, 그 안에 묻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생·몰일을 새겨 나간다.

도쿄(동경)의 우에노 공원안에는 납골묘역이 있는데, 나의 친구 남편의 묘가 그곳에 있어서 몇번 가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출퇴근 길에 자주 남편의 묘에 들러서 비석을 물로 깨끗이 닦고, 싱싱한 꽃을 꽂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늘 가족들로 붐비는 묘역은 공원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고 공원의 아름다운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들 중에는 캠퍼스안에 교수들을 위한 묘역을 가진 학교도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납골묘지라는 새로운 묘지형태를 보급하면서 시민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우선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의 시립묘지안에 시범 납골묘지 250기를 아름다운 공원 형태로 만들 예정이며, 앞으로는 근린공원을 조성할때 납골묘원 시설을 의무화하여 생활권 인접지역으로 묘지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성묘하기 좋은 장소에 한 가족이 대대로 사용할수 있는 개량 가족묘지를 만들면 묘지형태를 바꾸는 불안과 저항감을 줄일수 있으리라는것이 서울시의 희망이다.

화장률은 해마다 늘어나 95년 현재 전국에서는 22%, 서울은 26.7%정도인데 개량 가족묘지를 잘 운영하면 화장률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수 있을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묘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는등 몇가지 조치가 앞서야 하며, 정부차원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납골묘원 후보로 강남의 대모산등을 고려하고 있는데, 시도해볼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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