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오퍼상 붐” 과 달리 전문성으로 승부/창업준비 위해 첫 직장은 “중기가 더 좋아요”『용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겠다』
젊은이들의 창업열풍이 두드러지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은 이젠 옛말. 이들은 평생 틀에박힌 직장생활에 안주하느니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과감하게 「내 사업」을 일구는 길을 택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택해 일을 배운 다음 몇년후 창업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졸업과 함께 곧바로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재학중에라도 뜻이 맞는 친구들과 의기를 투합해 소자본 경영을 시작하는 대학생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하는 업종은 70년대 후반 「김우중신화」와 함께 몰아쳤던 오퍼상 설립붐때와 다르다. 유통이나 소규모 제조업분야등 「전통적」인 업종보다는 정보통신분야나 프랜차이즈 출판기획 영화편집 등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분야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전자부품회사 「I.P.G. KOREA」를 경영하고 있는 이병진씨(28)는 대학재학시절부터 사업을 구상,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했다.
실리콘러버를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종업원 120여명에 매출액만도 50억원이 넘으며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수출알선및 대행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대학재학시절부터 창업을 위해 외국인친구에게 영어회화를 배우고 사업아이템과 지역을 구상해왔다』며 『대기업체 취업은 안정성은 있으나 성취감과 젊은이 특유의 모험심을 채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창업동기를 털어놓았다.
이상정보컨설턴트 대표 차정준씨(28)는 대학원에서 유학을 준비하던 경영학도. 차씨는 지난해 5월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중소기업의 전산시스템 도입을 자문해주는 컨설턴트회사를 차렸다. 차씨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 전산시스템 도입을 원하면서도 중소업체들이 마땅히 자문을 구할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 이 사업을 시작했다. 학교 선후배 12명으로 구성된 이 회사는 10억∼20억원의 중소규모 컨설팅을 담당하는 전문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뉴비즈니스」로 승부를 거는 젊은이들도 적지않다. 림모씨(27)는 PC통신내에 국회의원 지역구 및 향우회 관리를 대행하는 「전자국회」를 개설했으며 김모씨(30)는 인터넷을 통해 「전통공예품 통신판매」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밖에 일주일마다 상품이 바뀌는 「사이클세븐어패럴점」이나 「콘돔전문점」등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새로운 사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각종 창업관련회사나 사회기관의 창업설명회에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사업정보개발원에는 올들어 매일 평균 10여명이 창업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찾고 있는데 이중 신세대라고 할만한 20∼30대가 80%이상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94년부터 매년 여름방학때 2박3일 코스의 「대학생을 위한 미래 창업자 스쿨」을 안산연수원에서 개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분임토의를 통한 창업사례 연구와 기업인과의 대화, 기업 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의 도전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사업정보개발원 이형석원장(40)은 이같은 젊은이들의 창업붐에 대해 『정보통신의 발달로 큰자본 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승부할 수 있는 업종이 많아진데다 단순반복적인 생활과 구속을 기피하는 신세대들의 성향이 맞아떨어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그러나 사업은 현실인만큼 의욕, 창조성과 함께 치밀한 사업계획과 자기개발등 장기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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