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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길 건강관리

입력
1996.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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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이제 더이상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낯선 이국땅에서 병이라도 얻는다면 이보다 더 큰 낭패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외국에만 있는 풍토병이 국내에 들어와 의료진을 당황케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의사가 만드는 건강·의학」은 여행전 준비사항과 여행지에서 유의해야 할 점 등 해외여행을 위한 의학지침을 특집으로 다룬다. 해외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김창엽서울대의대교수·객원편집위원> ◎출발전 준비사항/풍토병 예방접종 필수적/파상풍주사 기본 여행지따라 장티푸스·황열백신 맞아야/동남아·아프리카등서 유행 말라리아 치료제 미리 복용을

최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해외여행자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해외여행의 양적인 팽창 못지않게 여행지역이나 목적도 다양해져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현지풍토병에 노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A형간염 말라리아 등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여행시 건강관리를 비롯 시차증 고산병 등 각종 여행관련 질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여행의학이 80년대 의학의 한 분야로 등장했을 정도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몸이 불편해져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돌아오는 경우를 간혹 본다. 해외여행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려면 여행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건강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우선 출발전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확인한다. 예방접종은 현지 풍토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므로 적어도 출발 1∼2개월전에 의사를 찾아 상담하는게 좋다. 아프리카 일부국가에서는 황열병 예방접종증명서가 있어야 입국이 가능하므로 출발전 황열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를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파상풍 예방접종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맞아두는 게 좋다. 열대국가나 개발도상국의 시골지역으로 갈 경우에는 방문지역에 따라 장티푸스 A형간염 광견병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아프리카와 일부 오세아니아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에서도 말라리아가 유행하지만 도시나 관광지를 방문할 경우에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말라리아는 예방주사가 따로 없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지만 말라리아 치료제를 미리 먹어 예방하기도 한다. 약제의 선택은 여행지역 기간 등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부작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도록 한다.

이밖에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질병과 예방대책에 대한 사전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평소 약을 복용중이거나 질병이 있는 사람은 출발전 반드시 담당의사의 진찰과 상담을 받도록 한다. 또 자신이 복용하던 약물이름과 질병경과에 대한 기록을 영문으로 만들어 여권에 보관해야 한다.<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장>

◎주요 풍토병과 예방/물조심 모기조심 음식물조심/말라리아·황열·뎅귀열등 모기 통해 감염/수돗물·우물물·날음식 절대 먹지 말아야

최근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각종 열대병에 걸려 귀국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하면 열대병에 걸려 귀국하기 전에 사망하는 수도 있으므로 철저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열대병에는 피부병 영양결핍증 일사병 열사병 뱀이나 곤충 독에 의한 중독증 등도 있지만 기생원충 윤충(연충)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병이 더 무섭다. 기생원충 감염병은 말라리아 리슈마니아증 아프리카수면병 바베시아증 이질 등이, 윤충 감염병에는 주혈흡충증 포충증 주혈선충증 유극악구충증 사상충증 흡충증 등이 있다. 세균및 바이러스 감염병으로는 에이즈를 비롯 콜레라 뎅귀열 황열 재귀열 페스트 등이 있다.

특히 말라리아는 가장 무서운 열대병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매년 2억5,000만명이 감염돼 그중 250만명이 사망한다. 최근 국내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는 말라리아는 비교적 경과가 좋은 삼일열 말라리아이다. 하지만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시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경과가 나쁜 수가 많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으려면 ▲가능한 한 도시지역에 숙소를 정하고 ▲모기장이 잘 갖춰진 숙소를 택하며 ▲야외에 나갈 때 모기를 쫓는 약을 피부 노출부위에 바르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면 모기가 옮기는 황열 뎅귀열 등 다른 열대병도 예방할 수 있다.

모기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물이다. 수돗물이건 우물물이건 끓이지 않은 물은 절대 마셔서는 안된다. 콜레라나 이질 등 유행성 설사병에 걸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도 뚜껑이 있는 음료수병의 식수만 먹거나 콜라 등을 마시는 게 좋다.

또 호수 강물 웅덩이 등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물이 고인 논에도 맨발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물속의 주혈흡충이라는 무서운 기생충이 피부를 뚫고 체내로 침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닷물은 대체로 안전하다.

다음은 음식물을 함부로 섭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날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만일 이러한 예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열대병에 걸리면 응급치료만 받은 뒤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해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보다는 국내의 의료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다.<채종일 서울대의대교수·기생충학>

◎해외여행때 갖춰야할 의약품/설사·감기대비 상비약 준비를/발의 상처치료 소독제·반창고도

해외여행을 떠날 때 준비해야 할 의약품은 건강상태 여행지 여행목적 등에 따라 달라진다. 1∼2주가량의 일반적인 해외여행이라면 설사 감기 시차병 발의 물집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상비약을 준비하도록 한다.

설사는 음식물 속의 병원균에 의해 발생하므로 병원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를 준비해야 한다. 항생제 종류는 방문 지역별로 차이가 나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른다. 지사제를 함께 복용하면 설사가 빨리 멈춘다. 따라서 지사제를 함께 준비하되 어린이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감기의 주증상은 대개 콧물이 나거나 목이 아픈 것이므로 콧물을 줄이는 항히스타민제와 진통제 아세토아미노펜을 준비한다.

항히스타민제는 벌레에 물려 가려울 때나 멀미·항공중이염의 예방약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 진통제는 외상을 입어 통증을 느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시차병에는 멜라토닌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국내에는 아직 없으므로 차선책으로 수면제를 준비한다. 수면제는 술과 같이 먹으면 부작용이 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노인의 경우 부작용이 흔히 생길 수 있으므로 노인에겐 반알만 복용토록 한다.

여행중에는 많이 걸으므로 발의 위생에 주의하고 간단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소독제와 일회용 반창고를 준비한다. 열대지방을 여행하려면 선탠크림과 선글라스, 곤충기피제 말라리아 예방약 등을 준비한다.<정문현 한림대의대교수·한강성심병원 내과>

◎시차적응 요령/하오 도착땐 바로 잠자지 말아야/출발전 고단백·저칼로리 식사 도움

장거리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게 시차극복 문제이다. 인체의 생리리듬 주기는 약 24시간인데 제트기로 5∼6시간 이동하면 리듬이 깨져 많은 생리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때 불면증, 대낮의 졸림, 피로감, 심한 식욕부진 등 신체변화가 나타나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공무나 상용으로 장거리여행을 하면 정신력이나 몸의 능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도착후 24∼48시간동안은 업무상 중요한 결정이나 집행을 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게 현명하다. 시차증이 낫는 데는 시간당 하루가 소요된다. 시차가 7시간이면 1주일이 지나야 심신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몸의 리듬이 흐트러지면 고혈압 심장병 위궤양 등이 악화하므로 이런 지병이 있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출발전 수일간의 식사는 고단백·저칼로리식이 좋으며 숙취는 피해야 한다. 기내에서는 되도록 잠을 자도록 하고 잠이 오지 않으면 가벼운 수면제를 먹거나 소량의 술을 마셔도 좋다.

도착시간이 아침이면 잠시 잠을 청하는 것도 좋지만 하오일 경우에는 저녁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견디는 게 현지시간에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70세를 넘은 고령자는 시차의 괴로움이 더 심하고 회복도 느리므로 스케줄이 빡빡한 그룹투어에 참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중간기착지에서 하루이틀정도 쉬어갈 수 있는 개인여행이 바람직하다.<백영한 서울중앙병원 해외여행건강클리닉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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