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잇달아 막 올려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의 기획시리즈 「오늘의 한국연극―새작품 새무대」가 25일 개막된다. 국내 창작극의 활성화를 겨냥해 93년 처음 시도된 이 시리즈를 통해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이윤택 작·채윤일 연출), 「여성반란」(김광림 작·이성열 연출), 「자살에 관하여」(이강백 작·임영웅 연출)가 선보였다.
3년만에 재개된 시리즈에서는 모두 4편의 작품이 공연된다. 첫 무대는 조직폭력배 두목 공상두와 의사 채희주의 통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이만희 작 「돌아서서 떠나라」(8월18일까지 화∼목 하오 7시30분, 금토 하오 4시 7시30분, 일 하오 3시). 최근들어 폭력과 광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섬세한 심리묘사로 선회하고 있는 채윤일이 연출을 맡아 「순정적 감동」의 전달을 시도한다. 작가와 연출가도 첫 만남이지만 두 배우도 마찬가지.
영화 「태백산맥」에서 빨치산 염상진의 아내역으로 눈길을 끈 정경순(채희주역)이 평소 수다스럽고 덜렁대는 모습이어서 한명구(공상두역)는 『무거운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장면에서조차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져나와 큰일』이라고 한마디. 채윤일도 무대에서 끊임없이 재잘대며 다림질을 하는 정경순이 양복을 태워먹지나 않을까, 소매 한쪽만 다리고 끝내지는 않을까 걱정스런 표정이다.
사형집행을 앞둔 상두와의 면회, 자수 전 과거장면 등에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유머를 늘어놓는다. 상대조직이 일본 야쿠자세력을 끌어들인다는 이유로 상두가 살인을 저지르거나 희주에게 순애보적인 감정을 유지하는 장면등에서는 감상적인 낭만이 엿보인다. 이만희는 특유의 수다와 달변 속에 『실존적 의미를 담아보겠다』고 극작의도를 밝혔다.
시리즈의 다음 순서는 김형경의 소설을 각색한 「담배 피우는 여자」(임영웅 연출)가 손숙 주연으로 공연된다. 이어 소설가 한승원의 「아버지를 위하여」등 2편이 무대에 올려진다. 334―5915<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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