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농가 「가족경영협정」 신풍속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농가 「가족경영협정」 신풍속도

입력
1996.06.19 00:00
0 0

◎“농삿일을 직장처럼” 부자 부부도 계약맺고 일한다/하루 8시간 출퇴근근무·보너스·연차휴가 명시/60년대 제창 호응못받다 UR이후 전국적 확산/젊은 여성 호감 농촌총각에 희소식일본 농가에서 부자 혹은 부부간에 급료 휴일 노동시간등 노동조건을 세밀히 명시, 이를 문서로 계약하는 「가족경영협정」을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무리 가족영농이라도 부모와 자식 며느리간에 약속위반이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를 대비, 제3자가 입회한 가운데 협정문서를 교환하며 문제발생 때 입회인이 조정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조사에 따르면 협정을 체결한 농가는 3만9,400가구(지난해 8월 현재)로 이중 27.6%인 1만726가구가 문서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일본전체 전업농가 42만7,000가구에 비해 10% 미만이지만 새로운 물결임에는 틀림없다.

미에(삼중)현 오카모토(강본)가족의 경우, 지난해 11월 부모와 자식부부등 4명이 3년 기간으로 가족경영협정을 맺었다. 협정조인에는 시청 농업부장, 농협영농부장등 4명이 입회했다.

협정에서 부자가 농작업전반을 책임지며 고부가 농업보조업무, 가사 육아를 맡는등 임무를 구분했다. 4명은 모두 정해진 날짜에 일정액의 월급을 각각 받으며 봄 가을에는 보너스도 있다. 목표량을 초과 생산할 경우 특별포상금도 지급한다. 4∼9월의 농번기에는 주 하루, 10월∼다음해 3월까지의 농한기에는 주 이틀의 휴일이 확실히 보장되며 20일간의 연차 유급휴가도 주어진다. 농업관련모임참석, 업무상 출장도 노동시간에 포함한다.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 상오 8시30분 일과를 시작하고 타임레코더로 근무시간을 관리한다. 가계와 농업경영을 분리하기로 하고 며느리에게 부기를 전담시켰다.

후쿠오카(복강)현 마스다(증전)가족도 부모와 아들부부등 4명이 협정을 맺었다. 아들 부부는 부모집과 자동차로 5분가량 떨어진 곳에서 별거하고 있으므로 직장근무처럼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는 60년대 일단 제창됐으나 「가족끼리 어떻게 계약을 맺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가」라는 전통적인 가치관때문에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조인 이후 「농업에 취업하려는 개인의 입장과 경영의 합리화를 위해」 본격출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농업을 3D업종으로 인식, 회피해 온 젊은층 여성이 호감을 갖고 있어 영농후계자확보와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을 위해 좋은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정부도 4월부터 ▲경영방침을 부부가 결정한다 ▲부인이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다 ▲장래 경영이양은 부부의 합의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협정에 포함된다면 가장이 아닌 부인도 농업자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적극 후원하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농가의 여성들은 가사 육아 영농등 무보수노동자의 전형적인 예다. 이같은 제도는 가족중심의 농업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신부구하기가 힘든 농촌총각에게도 희소식이 될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도쿄=박영기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