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조건 영입에 후계자 언질도/측근 그라초프 국방 해임 강수까지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산데르 레베드를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로 전격 발탁한 것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후보를 누르고 재선고지에 오르기 위한 「선수치기」전략의 일환이다. 옐친대통령은 1차투표의 윤곽이 드러난 17일 레베드를 크렘린으로 초청, 밀담을 나눴으며 주가노프도 레베드에게 20일 대선전략 협의를 위한 회동을 갖자고 제의해 놓고 있다.
옐친과 주가노프 양진영 사이에서 한동안 저울질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됐던 레베드가 선뜻 옐친진영에 합류한 것은 옐친의 제안이 그만큼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레베드는 옐친과의 대좌에서 「범죄소탕및 법과 질서의 확보」라는 자신의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범죄소탕의 전권을 요구했다. 레베드는 내심 내무장관을 바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의 제안은 그의 요구를 기대이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군개편과 범죄소탕의 전권을 추가로 부여, 기능을 대폭 강화한 안보위원회의 서기직을 제의한 것이다. 안보위원회는 국가안보정책 결정 기능을 갖고 있어 옐친의 제안은 레베드의 위상을 거의 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옐친의 파격 제의는 물론 주가노프가 레베드에게 더 나은 조건으로 영입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계산에서 나왔다. 주가노프는 레베드에게 총리직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옐친은 특히 레베드와 껄끄러운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을 해임, 레베드가 차기 후계자 자리를 구축할 수 있는 배려마저 아끼지 않았다. 옐친은 1차투표때 고향인 에카테린부르크에서 시사한 후계자 발언에 대한 진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사실상 레베드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레베드가 합류를 결정한 것은 이같은 후계자 언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옐친은 레베드의 영입으로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옐친이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마저 끌어들여 「반공산 연합전선」을 형성하는데 성공한다면 차기대권은 그의 손에 한결 가까이 다가설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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