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 진출 봉쇄 국제무역 간섭”반발
쿠바계 미국인으로서는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인인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코카콜라 회장은 최근 미국 시민권 수여식에 참석, 쿠바를 탈출해 「자랑스런 미국시민」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연설하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헬름스―버튼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상원의원 제시 헬름스와 하원의원 댄 버튼이 발의해 3월 발효된 이 법은 외국기업의 쿠바투자를 금지하고, 미국인 소유였던 쿠바내 자산을 활용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미국인이나 미기업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쿠바혁명으로 쿠바내 공장을 빼앗긴 코카콜라를 비롯, 많은 미국기업들 조차도 이 법을 조심스럽게 반대하거나 아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쿠바내 동결자산이 8,100만달러에 달하는 미설탕회사 암스타의 로버트 뮤즈 변호사는 『이 법은 미국기업들의 쿠바 재진출과 카스트로 정권 이후의 양국관계를 복잡하게 꼬이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통과 도요타 등 수백개 외국기업들은 이미 최소한 50억달러를 쿠바에 투자해놓고 있다. 미국무부는 이들 기업중 캐나다 광산회사 세리드, 멕시코 통신회사 그루포 도모스, 이탈리아 전화회사 스테트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이 법에 따라 미국비자 발급을 거부하겠다는 경고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해당국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국제무역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아더 에그레튼 캐나다 무역장관은 이 법에 대해 조만간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미국은 우방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멕시코와 이탈리아 정부의 최고지도자들도 이 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유엔이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문제를 회부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단의 쿠바계 미국인들은 이 법에 따라 영국과 네덜란드 국적의 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쿠바에 3억달러를 대출해주는 대신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들 소유였던 설탕농장의 사용권을 얻은 데 대해 고소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헬름스―버튼법으로 외국인 투자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자 쿠바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최근 『미국인들은 단 한명의 외국인도 쿠바에 투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쿠바가 완벽한 사회주의국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음에 틀림없다』며 미국을 공격했다.<정리=김준형 기자>정리=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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