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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밀입국 현장 미­가 국경지역 르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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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밀입국 현장 미­가 국경지역 르포:중

입력
199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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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서 보석금내면 사실상 “자유”/일단 풀려난뒤 재판까지 6개월/아무런 감시없어 도망가면 그만/브로커들은 적발돼도 「오리발」 내밀면 풀려나서울발 대한항공 보잉 747기가 도착하는 매주 월, 수, 토요일 낮 12시 45분께면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은 마치 김포공항을 연상케 할 만큼 한국인들로 북적댄다. 94년 5월 한국과 캐나다 정부의 무비자협정 이후 황금노선으로 떠오른 서울―밴쿠버 여객기는 비수기인 요즘에도 매편 300명 가량을 실어나른다. 이 가운데 90%가 넘는 한국인은 친지방문객, 단순 여행객, 출장 또는 연수 온 직장인, 유학생들이다. 공항에서부터 현지 여행사의 안내를 받는 순수 단체관광객은 60명정도다.

캐나다를 통한 미국 밀입국은 공항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관에서 관광을 하기에는 너무 젊거나 뚜렷한 방문목적이 없어 밀입국이 의심되는 사람은 곧바로 추방하기 때문이다. 밴쿠버 현지 여행사의 L씨(29)는 『하루에도 1∼2명꼴로 공항에서 쫓겨난다』면서 『밀입국은 1차관문인 공항만 빠져나오면 90%는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만난 그는 단체관광객을 가장한 밀입국자들의 행태를 세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밀입국 조직과 연결된 밴쿠버 현지 여행사등의 안내로 시내 J호텔등지로 직행하는 경우다. 10∼15명 단위인 이들은 호텔에서 2∼3일 숙식을 함께 하며 D데이에 대비한 교육을 받는다.

두번째 부류는 밀입국 조직과 무관한 여행사의 안내를 받고 관광을 즐기다 슬며시 사라지는 경우. 주로 1∼2명인 이들은 캐나다나 미국 친지의 도움을 받아 개인단위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이다. 세번째는 아예 한국의 여행사가 3명내외의 「귀빈」을 픽업만 하라고 현지 조직에 주문하는 경우인데, L씨는 『이들은 모두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미연방 국경순찰대 블레인지구 존 마타 대장(49)은 지난달 한국인 밀입국자 11명을 한꺼번에 붙잡았다며 이들의 밀입국수법을 이렇게 들려줬다. 『우선 밴쿠버 조직이 관광객을 가장한 11명을 공항에서 시내 J호텔로 옮겨 단체로 숙식을 하며 지형지물등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 밴쿠버 조직은 LA 조직과의 접선장소인 국경 숲속에서 이들을 넘겨주었고 LA 조직이 이들을 시애틀과 LA로 데려가려했다. 이들 조직은 철처한 스케줄에 따라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고속도로 또는 국경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들은 차량과 소지품등을 압수당한 채 시애틀시 외곽의 미 이민귀화국(INS) 워싱턴주 분국 밀입국자 수용소로 보내진다. 『밀입국자는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수용소는 교도소가 아니다』라는 이민국의 설명처럼 수용소 생활은 창살만 있을 뿐 활동규제는 거의 없다.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할 수 있고 끼니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유시간이다. 수신자 부담에 한해 전화도 사용할 수 있다. 조지 머론 수용소장(45)은 『수용인원은 평균 200명이며 한국인은 현재 4명 있다. 확실한 제보, 범죄조직과 관련됐다는 물증이 없는 한 이들을 빨리 내보내는 게 우리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자진출국을 원하는 사람은 2∼3일, 이민국의 심사끝에 추방되는 경우도 대개 1주일이면 수용소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인들 대다수는 변호사를 통해 정식재판을 요청한 뒤 「2차 밀입국」을 시도한다. 밀입국 사업에 가담했던 시애틀의 P씨(34)는 『2,000달러 정도로 변호사를 선임한 뒤 2,000∼3,000달러의 보석금을 내면 2∼3일내에 풀려난다』면서 『일단 풀려난후에는 자유의 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수용소에서 나오면 재판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아무런 감시가 없기 때문에 LA나 뉴욕등지로 도망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지난 2월 수용소에서 풀려난 K씨(31)는 『서울에서 100만원을 주고 여권과 비행기표를 구입, 밴쿠버 공항을 통해 캐나다에 입국한뒤 현지 조직원에게 4,000달러를 주었다』면서 『시애틀에 도착하면 친지에게 맡긴 6,000달러를 더 주기로 돼 있었으나 월경하다 붙잡혀 그 돈으로 보석금을 냈다』고 말했다. K씨는 밀입국에 관한 쓸만한 정보를 주면 6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보장해주겠다는 미끼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미국정착」을 위해 보석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밀입국 조직원도 상황은 별로 다를 게 없다. 밀입국 조직은 보통 국경까지만 안내, 현장에서 잡히는 경우가 드물고 걸리더라도 「오리발」을 내밀면 대부분 풀려난다. 지난해 연말 주변인물의 제보로 체포된 N씨(45) 부하조직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밀입국자 6명과 함께 체포된 그는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500달러를 받고 운전만 했고 일행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버텨 풀려났다.<시애틀=이종수 특파원·김성수 시애틀지사기자>

◎한인 밀입국조직 적발상황/10여명 알선혐의 재판·5∼6건 수사중/LA출신 4명은 연방대배심 기소상태

미 연방이민귀화국(INS)은 N씨 조직말고도 한국인 밀입국과 관련된 5∼6건을 본격 수사하고 있으며 한국인 브로커 10여명은 현재 밀입국 알선·방조등의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특히 INS는 LA 출신 한인 브로커 K씨등 4명을 최근 시애틀 연방대배심에 기소하는 등 한국인 밀입국 조직에 대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INS에 따르면 이들 4명은 LA의 한 밀입국 조직으로부터 거금을 받은 뒤 지난해 10월19일 밤 한국인 16명을 캐나다 국경을 통해 밀입국시키다 적발됐다. 이들은 2인 1조로 나뉘어 2명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빌린 2대의 밴으로 한인 16명을 캐나다 국경까지 인솔했으며, 나머지 2명은 워싱턴주 린든 근처에서 대기하다 이들을 역시 2대의 밴으로 시애틀까지 이동시키려 했다.

INS의 한 관계자는 『「미국입국 보장」등의 한국계 신문에 게재된 광고를 취합해 조사하는 한편 적발된 밀입국자들의 협조를 받아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확실한 제보와 밀입국자의 증언이 있어도 점조직인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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