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 힐스는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전원도시다.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나 상류층들이 혼잡한 로스앤젤레스를 벗어나 베벌리 힐스에 대저택을 지어 살고 있다. 사막을 개발해 만든 도시지만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집은 보이지도 않는다. 큰 저택은 한 블럭을 차지하기도 한다.베벌리 힐스에서도 로데오 거리는 옷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200m 남짓한 짧은 거리에 캐주얼 웨어에서 고급 부티크까지 파는 옷가게가 즐비하다. 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베벌리 힐스는 많이 알지만 로데오 거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어느 도시에 사는지는 관심이 있지만 부유층이 다니는 고급 양품점 거리는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로데오 거리가 미국인들에게 보다는 한국인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바로 이 거리다.
도대체 어떤 물건을 팔기에 로데오 거리가 한국에까지 알려졌을까 생각하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았다. 한 패션점에 들렀더니 점원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면서 인사를 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점원들이 외우고 있었다. 가격표를 보니 여성 양장 한벌에 간단히 5,000달러가 넘었다. 남성용 점퍼 하나에 3,000달러나 했다. 여행사 직원들의 얘기를 들으면 한국 사람들이 1,000달러짜리 여행자수표를 다발로 들고 다니며 쇼핑한다고 한다. 이달들어 외환관리규정이 완화되면서 이곳을 찾는 한국인의 수가 부쩍 늘 것으로 현지 여행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서울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 근처에도 이른바 「로데오거리」가 있다. 서울 부유층들은 이제 서울에서의 호화쇼핑으로는 모자라 베벌리 힐스의 진짜 로데오 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부유층의 낭비벽을 만족시키려고 세계화와 외환자유화가 시행되지는 않았을진대, 과소비 해외관광에 대해 뭔가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비단 나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로스앤젤레스=김인영 특파원>로스앤젤레스=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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