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남북 발전 괴리로 저항세력 만만찮아/국론분열 조속치유·치안확보도 발등의 불6·16 러시아 대선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저항세력이 아직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12·17총선 당시 나타난 공산세력의 거대한 표밭인 「적색벨트」가 서부와 남부 국경지대로 상당히 오그라들었지만 유권자들의 반개혁정서는 많은 지역에서 여전했다.
특히 옐친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개혁정책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는 대도시에서는 과반수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바이칼호 인근과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농업지대등 개혁 소외지역에서는 20% 안팎의 득표에 그쳤다. 이는 결선투표에서 확정될 차기 정권에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이라는 숙제를 안겨 주었다. 옐친대통령이 중앙 및 북부지역을,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가 남부지역을 석권함으로써 드러난 남북간 양극화 현상 역시 차기정권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쟁점은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보장책의 확립여부였다. 옐친대통령은 5월1일부터 연금을 10%가량 인상하고 세제개혁에 의한 추가 인상을 공약하는 등 저소득층의 불만 해소에 주력했다. 그러나 현재 23조루블(47억6,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는 체불임금은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차기정권은 우선적으로 연금생활자 등 빈민계층을 중심으로 한 개혁소외 세력을 다독거리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는 또 공산세력과 반공산세력간의 싸움으로 몰아간 옐친진영의 대선전략이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등 향후 사회안정을 해치는 불씨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옐친대통령은 주가노프 후보를 과거 공산세력의 부활을 꿈꾸는 「악령」으로 규정, 『공산당의 정권 복귀는 러시아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선투표에서도 1차투표에서 탈락한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등 군소후보들과 반공산 연합전선을 형성, 대선승리를 이끌어 낼 전략을 세우고 있어 국론분열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정책의 또다른 후유증인 범죄조직의 기승과 불안한 치안문제가 화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는 점도 이번 대선을 통해 입증됐다. 강력한 러시아의 건설과 법과 질서, 치안확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알렉산데르 레베드가 돌풍을 일으킨 것이 바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결선투표에서 누가 당선되든 차기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겨냥한 정부구성과 정책개발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옐친도 재선하면 집권 2기에는 개혁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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