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시 가입 한반도 군축 “청신호”/탈 냉전 시대 다자체제 발전 전기 마련제네바 군축회의(CONFERENCE OF DISARMAMENT·CD)가 17일(현지시간) 남북한을 포함해 23개국의 신규회원국 가입을 결정한 것은 군축 뿐아니라, 우리에게 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CD는 78년 설립 당시 미·소·프·영·중 등 5개 핵보유국을 중심으로 서방과 동구, 비동맹 등 3개 세력이 냉전구도의 틀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회원국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번에 신규회원국을 대거 참여시킴으로써 탈냉전시대의 범세계적인 다자군축체제로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반면, 우리는 이번에 CD의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핵과 화학무기 등을 포함한 군축 및 비확산 움직임에 국력에 걸맞은 발언권을 행사하게 됐다. 특히 북한이 우리와 함께 CD에 가입함으로써 향후 한반도 군축문제의 진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CD가입이 곧바로 모든 군축 관련 조약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회원국은 당연히 비규범적 도덕적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향후 CD가 성안한 핵비확산조약(NPT) 등에 가입할 전망이 비교적 밝아졌다』고 말했다.
CD는 78년7월 제1차 유엔군축 특별총회에서 군축위원회(84년 군축회의로 개칭)설립이 논의된 후 79년 40개국이 참여해 설립됐다. 유엔 정규예산으로 운영되며 유엔총회에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총회의 권고에 따라 의제 및 의사규칙을 결정하는 유엔산하기관이다. 의사결정은 회원국 전원합의(컨센서스)방식이다.
79년 ▲핵무기 ▲화학무기 ▲기타 대량살상무기 ▲재래식무기 ▲군사예산감축 ▲군사력감축 ▲군축과 개발 ▲군축과 국제안보 ▲신뢰구축 및 효과적 검증방법 ▲포괄적 군축계획 등 10개 분야를 토의대상으로 채택한 이후 매년 CD 본회의에서 토의대상 가운데 의제를 채택한다. 지금까지 부분 핵실험 금지조약(PTBT·63년) 외기권 이용조약(OST·67년) 핵비확산조약(NPT·68년) 해저핵무기금지조약(ST·71년) 생물무기금지조약(BWC·72년) 환경의 군사이용금지조약(ENMOD·77년) 화학무기금지조약(CWC·93년) 등을 성안했으며, 94년 이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협상중이다.
신규회원국 가입은 그동안 가입신청국의 하나인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유보적 태도, 기존회원국의 기득권상실에 대한 우려 등 때문에 결정이 늦어졌으나, 향후 2년간 개별적으로 CD의사결정에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성사됐다.<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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