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5일 서울 등 9개 도시에서는 한국화랑협회 주최로 83개 화랑이 참여한 「5월 미술축제한 집 한 그림걸기」행사가 열렸다. 크기에 관계없이 30만∼300만원에 작품을 판매, 미술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한 행사였다. 매출액규모로 국내 5대 화랑에 속하는 서미화랑은 당시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판화를 오리지널이라고 홍보하고 100만원씩에 팔았다. 그러자 한국화랑협회가 헐값에 의문을 표시하며 진상조사에 나섰다. 작가친필사인과 에디션넘버가 없을 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피카소 오리지널판화는 2만달러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이었다. 진위논쟁끝에 협회는 판화미술진흥회와 전문작가등의 의견을 토대로 복제품(Reproduction)이라는 결론과 함께 중징계 방침을 세웠다.3일 열린 화랑협회이사회는 복제판화로 고객을 현혹하고 시장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지적, 선의의 미술애호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서미를 제명처분했다. 이어 17일 하오 제명결정을 추인하기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다. 소명기회를 얻은 서미화랑 대표는 『공방에서 직접 구입했으므로 원판으로 믿었으며 고객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투표결과는 「제명」이었다.
진위파동은 협회와 화랑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해 가장 많은 외국작품을 다룬 화랑이 오리지널판화의 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97년의 미술시장 개방을 앞두고 불안감을 갖게 한다. 협회의 대응도 어른스럽지는 못했다. 언제든 징계를 할 수 있는데도 제명부터 서두른 인상이었고 가장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이사회 개최사실을 알리는 공문도 화랑측에 보내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결국 미술대중화를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날로 판화기법이 다양해지고 첨단복제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외국처럼 하루 빨리 판화헌장을 제정하고 감정기구를 설립, 미술계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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