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노프,총선때 「적색벨트」 표연결 못해6·16 러시아 대선은 예상대로 과반수 득표자를 내지 못한 채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를 겨우 따돌린 것으로 끝났다. 옐친대통령은 승리하기는 했지만 당초 장담한 「1차투표 과반수 확보」는 커녕 큰 표차도 내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주가노프가 표밭인 농촌지역에서 의외로 고전한 것과 알렉산데르 레베드의 부상,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몰락 등이 두드러졌다.
옐친은 주가노프와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지리노프스키후보의 표밭인 시베리아에서 예상외로 선전했다. 그는 야쿠츠크에서 약 52%, 하바로프스크에서 약 38%, 이르쿠츠크에서 약 33%를 얻어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으며 「적진」을 유린했다. 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62%와 50%의 지지를 얻는 등 대도시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반면 주가노프는 지난해 12·12 총선에서 나타난 이른바 「적색벨트」를 대선까지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당시 공산당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제외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1위를 차지, 러시아 북서쪽의 프스코프주에서 남쪽을 거쳐 태평양 연안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표띠」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적색벨트」가 남쪽 일부지역으로 오그라들었다. 주가노프는 바이칼 지역의 케메로보주 등 상당지역에서 여전히 1위를 기록했지만 득표율은 지난해 총선을 크게 밑돌았다.
그의 패인은 「공산당은 더 이상 싫다」는 비토그룹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는 물론 농촌지역에서도 공산당 집권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감을 지우는데 실패했다.
이번 대선을 「개혁정책에 대한 불만세력」과 「공산당의 복귀에 공포를 느끼는 계층」간 싸움으로 볼 때 유권자들은 개혁정책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제14군 사령관 출신 레베드의 급부상은 93년 총선당시 지리노프스키의 돌풍을 연상케 한다. 공산당과 지리노프스키의 강경노선에 등을 돌린 온건공산주의 성향의 표가 비교적 온건한 이미지의 그에게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리노프스키의 급격한 하강 곡선은 예상되던 바였다. 그는 93년 총선에서 22.9%의 지지를 얻어 돌풍을 일으켰으나 지난해 총선에서는 11.4%에 그쳤고 이번 대선에서는 표밭을 옐친에게 빼앗기고 한자릿수의 지지대로 내려앉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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