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시비 설명·사과 등 없이 방영 급급/프로그램마다 상이한 입장 보인곳도방송의 기능 중 오락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거기에는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 이 점에서 지난 1월 표절 파문으로 가요계를 떠났던 그룹 「룰라」의 재기를 둘러싸고 지난 주 방송사들이 보인 안달은 무책임하다고 비난받을만 하다.
「룰라」는 언젠가 돌아와야 할 그룹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표절에 대한 심각한 자성이 선행돼야만 했다. 비난여론이 수그러들 때만을 기다렸다가 슬며시 등장하는 「룰라」도 문제지만, 그 사정을 잘 알면서도 앞다퉈 받아주는 방송사의 도덕적 불감증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MBC는 15일(하오6시) 황금시간대에 정규프로그램인 「인기가요 베스트50」을 빼고, 12일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가진 「룰라」의 귀국 공연을 「룰라 스페셜」로 포장해 1시간동안 방영했다. 이 프로는 「룰라」가 표절시비에 얽히게 된 경위설명과 팬에 대한 사과 등의 절차를 생략한 채, 선정적이고 오락적인 기능에 충실했다.
이 공연의 타이틀은 「어두운 곳에 사랑의 빛을―백혈병 환자 돕기 사랑의 컴백콘서트」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고, 공연장에서도 「백혈병 환자를 돕자」는 안내문을 찾아볼 수 없었다. 표절시비가 됐던 「날개잃은 천사」도 버젓이 불렀다.
MBC가 「룰라」의 조기복귀를 거들어 주는 것은 그들이 「시청률」이라는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KBS는 12일 하오 9시뉴스 시간에 그날의 공연실황과 지난 1월 활동중단 기자회견 등을 보여주면서 『표절을 했더라도 「룰라」를 하루빨리 보고 싶었다』라는 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한편 SBS는 「룰라」의 복귀를 놓고 프로그램마다 상이한 입장을 보여 어리둥절하게 했다. 13일 「한밤의 TV연예」(밤11시)에서는 그들이 뚜렷한 해명없이 재기에 나선 것은 공인의 도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소년을 위한 드림콘서트 공연」(16일 하오4시)과 「TV전파왕국」(〃 하오6시)에서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출연시켰다. 19일의 「이홍렬쇼」(밤11시)는 「룰라」를 초대해 질의응답도 벌일 예정이다. 방송사는 특히 청소년이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이 「룰라」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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