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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6·25 연작소설집 「남녘사람 북녁사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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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6·25 연작소설집 「남녘사람 북녁사람」 내

입력
1996.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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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상 묘사… “인민군 체험 털어놔 시원”소설가 이호철씨가 6·25 때 인민군으로 겪은 전쟁의 모습을 다룬 연작소설집 「남녘 사람 북녁 사람」(프리미엄북스간)을 냈다. 그의 초기 단편 「나상」의 소재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원산이 고향인 문학청년이 고급중학교(남한의 고등학교) 3학년 때 인민군으로 동원되어 겪은 체험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84년부터 드문드문 발표한 4편의 연작을 묶은 것이다.

6·25가 나던 해 열 아홉살이던 주인공은 인민군에 편입돼 의용군의 사상·정치교양사업을 떠맡는다. 원산시 합창부원이었던 실력으로 러시아민요나 소련군가를 가르친다. 그 의용군 중에서 이념을 앞세워 동료를 닦아세우며 은근히 자기 잇속을 차리는 남로당원 갈승환과 역시 당원이지만 분별없는 겉모습과는 달리 활달하고 담백한 성격에 인간미가 있던 김석조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50년 7월 참전, 석 달뒤 포로가 된 주인공은 국군헌병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왠지 인간다움을 느낀다. 이북의 한 민가에 들러 얻어먹는 저녁밥상 앞에서 두 아들을 의용군에 내보낸 집 주인이 자식을 대하듯 안쓰럽게 이것저것 물어오는 바람에 포로의 몸이었던 주인공은 생전 처음 섧게 울었다.

이 소설집은 전쟁의 치열함이나 비극적인 실상보다 어렵디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는 이들의 인간 됨됨이와 삶을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 살의와 공포와 극한적인 투쟁의 공기 속에서 당당하고 번듯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비굴함과 사욕에 찌든 이들의 행태가 대비되어 나타난다.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의 또렷한 눈을 좇다보면 전쟁의 비극과 함께 삶의 우연성, 희극적인 실상이 선연히 느껴진다.

『모든 것은 사람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6·25 당시의 어려운 체험을 낱낱이 털어놓아 후련하다고 이야기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이 동시에 변화되어야 하지만 아직도 북한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러 「북녁」이라는 맞춤법이 맞지 않은, 옛 말을 제목으로 고집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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