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한반도 문제 보수회귀 가능성 경제우선따라 급격 악화는 없을듯”정부는 러시아 대선이 16일 투표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리스 옐친이 최다득표를 하든 겐나디 주가노프가 하든 누구도 1차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그러나 7월7일로 예정된 결선투표의 향방과 관련,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외무부 동구과 직원 전원이 정상근무체제에 들어가는 등 16일 투표의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정부는 결선 투표를 통해 결국 옐친현대통령이 승리할 것으로 낙관했지만, 막상 투표가 임박하면서 주가노프의 약진이 나타나는 등 혼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옐친과 주가노프 공산당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된 선거전에서 미국등 서방국과 함께 옐친대통령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입장을 보여 왔다. 이는 일단 보수회귀를 지향할 주가노프의 집권보다는 옐친에 의한 러시아의 개혁·개방 지속이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구도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5월 러시아 방문에서 공로명외무장관이 『6·16대선이 러시아 민주발전에 기여하고 후속개혁을 확보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데서도 잘 나타났다.
정부는 아직도 결선투표를 통해 옐친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야블린스키(자유주의야당) 레베드(민족주의 성향 퇴역장성) 지리노프스키(극우)등과 두 후보간의 합종연횡에 따라 주가노프가 크렘린궁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누가 집권하든 현재의 한·러관계는 대선 이후 상당한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러시아는 개혁·개방의 반작용으로 대두되고 있는「슬라브주의」를 향후 정책에 반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이전의 친북성향을 제고하면서 보수노선 복귀 가능성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하원의장단의 방북 등 러·북관계 복원 움직임은 이미 이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한·러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와관련, 『설사 옐친이 재집권한다 하더라도 정상회담 등 전환적 계기가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가노프가 승리할 경우, 정치적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33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양국간 경제협력관계까지도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러시아와의 경협관계가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관계가 정치관계를 선도해온 만큼 주가노프가 집권하는 경우에도 경제관계의 틀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양국관계는 상호 경제적 이익에 기초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단절이나 악화는 예상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선 이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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