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푸른폭포」 등 단편 10작 묶어/자기성찰 통한 아름다운 문장 “매력”소설가 서하진씨(36)가 첫 소설집 「책 읽어주는 남자」(문학과지성사간)를 냈다. 이혼을 생각하는 유부남과 첩의 자식인 미혼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린 「제부도」를 비롯해 94년 「현대문학」 등단 이후 발표한 단편소설 10편을 묶었다.
그의 소설은 아름다운 문장을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아름다움은 우아하다거나 이쁘거나, 단정한 미라기보다 우울함과 내면을 향한 자기성찰과 허망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빈 맥주깡통이 방 한 쪽의 비닐봉지를 가득 채우고 그 검은 봉지를 버릴 때마다 나는 내 안의 무언가를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마신 술이 내게서 빠져나가듯 매일 내 한 곳이 허물어지는 것」(「제부도」)에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림자거리」를 제외하면 소설집의 나머지 작품들은 대개 남녀나 부부관계를 다루고 있다. 「그림자」연작이라 할 수 있을 몇 편의 작품과 「푸른 폭포 너머로」 「추일서정」등은 모두 부부관계가 허상이고, 계략에 얽혀 만들어진 것이거나 배신으로 끝난다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염두에 둔 것이 일상적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단절이나 소외라면, 때로 힘없이 흘러가는 그의 문장들은 그런 소설의 주제를 전달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해내게 된다.
실재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힘든 장면이 더러 나타나는 것도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표제작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는 아내 몰래 여성첼리스트를 만나는 문학평론가가 나온다. 소설, 즉 실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실재하는 그의 외도는 위험부담을 안은 만큼 완벽하고 진실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연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마냥 겉돌다 돌아온 날 저녁, 그는 소설에서 그 날 겪었던 일이 그대로 전개되는 장면을 읽는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서씨는 소설집에서 『도시와 일상과 권태로부터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시도가 결국 좌절되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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