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당신의 미래달렸다” 참여호소/전문가들 “주가노프 유리할 것” 분석/옐친 “유럽축구선수권 시청” 여유… 주가노프 “모든 세력 결집”21세기 러시아의 진로를 가름할 대통령 선거 투표가 전국 9만3천여 투표소에서 25시간만에 끝나 16일 하오10시(현지시간)부터 개표가 시작됐다. 투표율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 최종투표율은 65%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중앙선관위는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낮으면 투표참여가 확실한 열성지지세력을 갖고 있는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 동부지역의 투표율이 75∼80%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 선거초반에는 전체 투표율이 7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하오 들어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중앙선관위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6일 아침 일찍 모스크바 서부지역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주가노프의 승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저녁에 「96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러시아팀의 경기를 TV로 볼 것이라며 『이번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모스크바 중부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는 기자들에게 『제3세력과 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있다』면서 『내가 승리한다면 러시아정치에 영향력을 가진 모든 세력과 힘을 합쳐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필라토프 선거대책위원장를 비롯한 옐친대통령의 선거참모들은 예상보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는 옐친대통령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투표종료시간을 몇시간 앞두고 이타르타스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몇시간동안 TV를 보거나 별장에 놀러가는 것과 당신의 미래를 맞바꾸지 말라』며 국민들의 투표참가를 호소했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또 17일 옐친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만남은 결선투표에 대비해 새 내각구성과 중도후보자들과의 제휴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러시아언론들은 전했다.
○…공산당은 이날 투·개표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러시아 전역에 20만명에 이르는 선거감시요원들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 선거감시요원들은 옐친의 지지자들이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공산당의 관계자가 전했다.
○…투·개표소 주변에는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테러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폭력사건의 영향인 듯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 「오몬」요원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으나 투·개표는 별다른 사건이나 사고가 없이 순조롭게 실시됐다.
○…도쿠 자브가예프 친러시아 체첸정부수반은 『이번 선거가 체첸공화국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체첸지역의 투표율은 16일 하오 5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한편 인테르팍스통신은 15일 체첸수도 그로즈니 일대 3개 투표소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16일에는 그로즈니 북서쪽 한 지방에서 러시아 지뢰제거부대가 체첸반군의 공격을 받아 5명의 병사가 부상하고 체첸반군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밖에 커다란 충돌은 없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관위측은 의원회관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개표상황실을 설치, 각 후보진영과 언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대형 전광판을 갖춘 개표상황실은 각 지역선관위가 보내온 투표율과 집계결과를 전산시스템에 입력해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주가노프 후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후보들은 선거가 끝난 뒤 이 상황실에서 전지역의 개표진행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은 이타르타스통신사에 설치된 특별상황실을 이용했다.
○…이번 선거의 공정성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50여개국에서 온 1천여 외국인 선거참관단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의 투표소에 나가 투표과정을 지켜보았다. 또 40여개국 외신기자 1천2백여명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30개 주요통신사, 65개 TV방송국, 29개 라디오방송국, 약2백개 신문 잡지사가 대선 취재를 위해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공화당의 실질적인 대선후보인 밥 돌 전상원 원내총무는 15일 노골적으로 옐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돌 전원내총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러 관계가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된다면서 옐친 대통령이 승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기는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도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투표 장장 25시간 걸렸다/한곳 14시간·동서시차 11시간
러시아 대선 투표는 무려 25시간에 걸쳐 치러졌다. 이는 투표가 16일 상오8시(현지시간)부터 하오 10시까지 14시간 동안 실시된데다 러시아 영토가 워낙 넓어 맨 동쪽과 맨 서쪽의 시차가 11시간이나 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투표소가 문을 연 러시아 맨동쪽 베링해연안 추코트 자치구의 투표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상오3시에 시작돼 하오 5시에 끝났다. 반면 맨서쪽인 발트해 연안의 칼리닌그라드주는 한국시간으로 16일 하오2시에서 17일 상오4시까지 투표가 실시됐다. (러시아는 현재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어 한국시간으로 환산할 때 원래 시차에서 1시간을 빼야 한다)
◎첫 투표지 추코트 자치구/동쪽끝 오지… 친주가노프 성향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투표가 행해진 추코트 자치구는 베링해와 맞닿은 유라시아 대륙의 끝으로 모스크바에서 9,000㎞나 떨어진 오지다. 일년중 겨울이 10개월동안 지속되는 추코트 지역의 유권자는 모두 5만8,000명이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순록 등을 키우는 유목생활을 하고 있어 선관위측은 헬리콥터로 투표함을 운반해야만 했다. 최초로 「러시아의 민심」이 드러난 이 지역 유권자들은 최근 악화한 경제사정 때문에 겐나디 주가노프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 알렉산데르 이바노프씨는 『5년전에는 순록 등 2만5,000마리를 키웠으나 지금은 2,000∼3,000마리만 있을 뿐』이라며 주가노프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아나디리 외신="종합">아나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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