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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곳곳 동화적 화면 관객들에 정감 듬뿍(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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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곳곳 동화적 화면 관객들에 정감 듬뿍(영화평)

입력
1996.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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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에 대한 이상적 사고·현실 사이의 괴리감 전달은 미흡임권택 감독의 「축제」는 치매를 앓다 사망한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준섭(안성기 분)가족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효의 의미를 묻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임감독은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장례식 풍경을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벌이는 흥겨운 잔치판으로 엮어간다. 죽음이 삶의 완성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탄생이라는 윤회적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상가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을 기본 축으로 한다. 임감독은 준섭과 조카 용순(오정해 분)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유명 소설가인 준섭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동화로 발표했다. 할머니가 손녀인 은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한마리 배추흰나비로 날아간다는 동화의 내용은 준섭이 바라보는 어머니의 삶과 죽음의 의미이다.

이러한 동화적 표현이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돼 관객들을 정감있는 우화적 세계로 이끌고 있다. 동화를 화면에 담으면서 배경이 된 세트의 인위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표현주의 형식은 영화의 주제와 무리없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제」에서 아쉽게 여겨지는 점은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명료하게 그려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순과 나머지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틀이 중심이 되어 있기에 다른 갈등은 미흡하게 처리되었다.

또한 어머니의 죽음과 상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일관되게 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준섭의 캐릭터 유형은 평면적인 느낌을 준다. 효에 대한 이상적 사고와 현실의 실천 사이에서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었던 준섭의 괴리감이 밀도있게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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