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투자 대폭 늘려라/국내시장 가요 우세… 영화도 홍콩 퇴조 맞춰 중흥기『돈이 몰려오는 소리가 막 들린다』
95년 9월 27일 서울 롯데호텔의 한 연회장.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인 소니가 인기 여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새음반 발표를 앞두고 서울에서 뮤직비디오 시사회를 열고 있었다.
비디오를 감상하던 국내 가요계의 한 인사는 이렇게 신음을 토했다.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완성된 음악과 화면에 대한 감탄인 동시에 아직 그러한 작품을 만드는데 역부족인 우리 현실에 대한 자탄의 표현이었다.
프로그램의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대중문화이다. 대중문화가 프로그램의 질을 결정한다. 가요계, 영화계에서는 우리의 현실이 서서히 잿빛에서 장밋빛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 대중음악은 자급 비율이 높은 「효자」이다. 지난해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약3,000억원으로 세계 11위이다. 국내 음반과 외국 음반의 판매비율은 7대3 정도. 국내음악에 대부분 해당하는 약1,000억원 규모의 불법음반시장까지 포함하면 국내가요는 더욱 우세하다.
서서히 해외진출을 위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수 박진영이 메이저음반사인 EMI와 함께 영어음반을 만들기로 했고 록그룹 「블랙신드롬」이 록의 본고장 영국에서 판을 발매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우리 대중음악만큼 경쟁력이 높은 상품도 드물다. 신인 음악인을 지원해 수준을 높이고 양질의 음반을 생산한다면 해외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전국극장연합회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에서 올린 총매출은 약2,000억원. 이중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이다. 자국 영화 비율이 5% 남짓한 영국이나 이탈리아보다는 높다. 20% 내외인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영화가 중흥기를 맞으면서 올 상반기에 「은행나무 침대」 「투캅스2」등 관객 50만명을 넘어서는 흥행작이 두편이나 나왔다. 영화제작자인 신철씨(신씨네 대표)는 『홍콩영화가 급속히 퇴조하면서 홍콩영화인들이 한국영화에 쏟는 관심이 높아졌다. 그들은 홍콩영화가 몰락하면 동남아에서 60년대에 이어 한국이 다시 맹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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