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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의왕연극제/권성덕 연극배우(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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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의왕연극제/권성덕 연극배우(천자춘추)

입력
1996.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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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에서 넘어온 조종사가 양말 대신 발싸개를 하고 와 충격을 주었다. 그는 양말보다는 땀의 흡수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저질인간이나 더러운 일을 『거지 발싸개같다』고 하거나 『거지 발싸개같은 놈』이라고 흔히 말한다.거지 발싸개!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할 것없이 거지 발싸개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것같다. 국회는 15대 국회개원을 놓고 여야가 싸우고 있다. 경제도 여러 분야에서 후발개도국(특히 중국)에 톡톡히 밀리는 모양이다. 기술투자 없는 관리들의 태만과 주먹구구식 전략이 자초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겠다. 우리 민족의 실상과 허상이 보인다고 하면 『네 놈도 거지 발싸개같은 놈』이라고 하겠지.

지금 연극계는 의왕세계연극제의 무산위험 앞에서 고민이 태산같다. 환경단체와 토지소유자들은 그린벨트를 파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가인 의왕시장이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지킬 것이며 녹색연합이 환경성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해도 여타 환경단체와 토지소유자들의 지역이기주의, 남이 목소리를 높이면 질세라 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성이 이를 용납지 않는 것이다.

97년은 서울에서 공연예술의 올림픽인 「ITI총회 및 97세계공연예술축제」가 동양에서는 일본보다 먼저 개최되는 뜻깊은 해이다. 의왕세계연극제도 그 축제중 하나이지만 세계에 우리를 알리고 세계공연예술의 축도를 비대한 서울보다는 의왕시에 그려 보려는 연극인들의 뜻이 철벽 앞에 발이 묶이게 된 셈이다. 해법이 나와야 되겠다. 골프장, 체육시설 허가를 생각하면 『이 놈의 나라』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나무 한 그루 베지 않겠다는 의왕시장의 말을 믿고 싶다. 환경운동가들도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21세기는 경제와 문화의 세기라고 하지 않는가? 『거지 발싸개같은 놈들』이라는 말을 우리 서로 듣지 말자. 환경, 환경 하다가 그 땅이 앞으로 쓰레기장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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