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14일 기자실에 들러 『북한 흉작보험금 수령얘기는 결국 총체적인 신뢰 상실만을 가져왔다』고 실토했다.「북한 흉작보험금 1억3,000만달러 수령」이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간뒤 1주일 여를 끌었던 어처구니없는 코미디는 결국 이렇게 망신살로 끝났다.코미디의 전모는 이렇다. 한·미·일이 유엔기구를 통한 대북식량지원계획을 발표하기 직전인 8일 북한이 1월말 유럽 등의 8개 보험회사로부터 94년 냉해에 따른 흉작보험금 1억3,000만달러를 수령했다는 첫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는 여기에다 북한이 수령한 보험금을 식량난 해소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가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마당에 북한측이 쌀 30만톤 이상, 옥수수 등 곡물 60만톤 이상을 구입할 수 있는 보험금을 받아 따로 챙겼다니. 사실이라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당시 이 당국자는 보도의 사실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채근에 『보험업계의 첩보에 따르면 대부분 사실이다. 지급시기나 금액도 맞다』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미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수령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고 미 정부의 또다른 관리는 『1억3,000만달러 수령설을 성급하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후 14일까지 국내외 언론에서는 2,500만달러, 1,300만달러, 심지어는 250만달러라는 혼란스러운 보도가 잇달았다.
우리정부는 1억3,000만달러가 북한이 수령 가능한 최대 액수인지, 지급신청액인지, 이미 지급된 액수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이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사실상 공표해 버렸다. 빈약한 「첩보」에 한건을 하고 보겠다는 조바심이 가져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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