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세몰이 대성공 자평… 지하철 테러 호재 기대/주가노프막판 TV 집중 유세… “바닥표 흐름은 우리편”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10명의 대권주자들은 14일 밤 12시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마감됨에 따라 저마다 승리를 기대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각 진영은 겉으로는 16일 1차 투표에서의 완승을 장담하고 있으나 기대치는 조금씩 다르다.
◇옐친 대통령
옐친 진영은 12일 붉은 광장에서 가진 마지막 지지대회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판단, 상당히 고무돼 있는 모습이다. 또 13일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마지막 세몰이 유세도 대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최대경쟁자인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옐친 진영은 2차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는다는 당초 목표의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특히 12일 새벽의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테러가 공산당에 대한 경계심을 부추겨 부동표중 상당수를 흡수하는 의외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도 무성하다.
그러나 우익세력과 중도파를 망라한 반공산주의 연대 구축에 실패, 정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여론조사 거품설」등으로 인한 안타까움과 불안도 여전히 지우지 못하는 표정이다.
◇주가노프 후보
주요 언론의 일방적인 「주가노프 죽이기」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공산당의 주가노프 후보는 13·14일 이틀간 집중적으로 TV 유세를 통해 안방공략에 나섰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그동안 TV 광고 한번 안하고 발로 뛰어온 그는 막판 TV유세를 당선권 진입 승부수로 띄웠다.
주가노프 진영은 일방적인 「옐친 지지」성향의 언론기관들이 주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면서 바닥표의 흐름은 자신들을 향해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가 선거에 미칠 영향에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옐친 진영이 이 사건을 은근히 「대선이후 국가혼란을 조장하려는 공산당의 음모」로 몰아 가고 있는데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제3세력
연합세력 구축 실패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민주진영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후보와 민족주의 성향의 알렉산드르 레베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등은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을 10%대로 끌어올려 결선투표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는 것을 당면의 목표로 삼고 있다. 차차기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야블린스키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미루어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3위권 확보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그는 옐친 대통령과의 연대가 무산됨에 따라 결선투표에 대비, 주가노프 진영에 회담을 제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선거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레베드 진영은 「1차 투표 3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10%득표를 관건으로 삼고 있다. 이미 옐친과 주가노프 진영으로부터 각각 국방장관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비교적 느긋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러 대선의 의미/“개혁이냐 과거 회귀냐”/21세기 러 장래 결정
6·16 러시아 대선은 21세기 러시아의 장래를 결정하는 마지막 선택이다. 1억1,000만 유권자는 보리스 옐친대통령과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가 각각 주창한 「중단없는 개혁의 길」과 「소비에트로의 회귀」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결국 20세기 인류 최대의 실험인 공산주의에 대한 또 한차례의 평가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은 또 러시아 최초의 진정한 대통령선거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옐친 대통령 신화」의 출발점이었던 91년 대선은 구소련 15개 민족공화국중 하나로서의 러시아공화국 최고지도자를 뽑는 정치행사였다. 대선결과가 국가의 정책이나 통치조직 및 행정기구 전반에 대변혁을 가져오는 선거가 아니었다. 연방정부를 비롯한 국가 기간조직과 군대와 핵무기등 물리력의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6·16대선은 구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의 명실상부한 최고통수권자를 국민이 뽑는 기회다. 그 결과에 따라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고 핵무기를 통제하는 최고통수권자를 비롯, 고위 지도층과 수천명에 이르는 산하조직이 바뀌게 된다.
이번 선거는 쟁점도 91년 대선과 크게 다르다. 러시아의 민주화개혁 여부가 91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21세기를 앞둔 국가노선이 핵심 쟁점이다. 구체제로의 회귀냐, 개혁노선의 지속이냐가 기본적인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선거 어떻게 치르나/전국 투표 끝날때까지 결과 공표 안해/과반수 득표자 없을 경우 내달초 결선
러시아는 복잡한 「피라미드식 간선제」의 미국과는 달리 비교적 간단한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18세이상 유권자들은 16일 상오 8시부터 하오 10시까지 전국 9만3,000여 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다. 투표가 끝난 뒤 지역별로 개표에 들어가나 전국적으로 투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집계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극동과 서부지역간에 11시간의 시차가 있어 동부지역의 초반 개표결과가 동부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른다. 러시아 선관위는 내달 7일을 결선투표일로 결정했으나 옐친대통령이 3일안을 내놓아 아직 유동적이다.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보가 불의의 사고로 탈락할 경우 1차투표 3위 득표자가 대신 결선투표에 나서게 된다.
선거법에 따르면 2차투표의 투표율이 50%에 미달하거나 개표 결과 무효표가 많아 총투표수의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없을 경우에는 상원이 1차투표일로부터 4개월내에 재선거 일정을 잡는다. 1차 혹은 2차투표에서 당선 확정된 후보는 공식 결과가 나온뒤 30일후 취임식을 갖고 집무에 들어간다.
한편 이번 대선일에 모스크바 시장선거도 함께 치러진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