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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에 새긴 서민의 애환/오윤 10주기추모 판화 전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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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에 새긴 서민의 애환/오윤 10주기추모 판화 전작전

입력
1996.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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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 표현 「대지」 「석양」등 미공개 120여점도 선봬/21일부터 한달간 학고재·아트스페이스서울서우리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로 꼽히는 고 오 윤화백(1946∼86)의 예술세계가 사후 10년만에 집중 조명된다. 서민의 애환, 희망과 절망의 순간을 목판에 새겨두고 한창 일할 마흔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추모전이 21일∼7월20일 한 달간 학고재(739―4937)와 아트스페이스서울(736―1713)에서 열린다. 「오윤 10주기 추모 판화 전작전시회―오윤, 동네사람 세상사람」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에는 미공개작 120여점을 포함, 판화 데생 스케치 판화밑그림과 참고자료등 3,000여점이 나온다.

김윤수영남대교수, 최민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장등이 참여하는 오윤기념사업회는 올해초부터 유족이 보관해온 원판을 바탕으로 판화를 제작했고 대학시절부터 습작한 작품을 모았다. 판화의 경우 사후 제작된 것인 만큼 에디션넘버와 함께 기념사업회의 철인, 유족대표인 누나 오숙희씨(화가)의 서명이 찍혀 있다. 원판은 판화제작후 기념사업회에 영구 보존된다.

소설 「갯마을」의 작가 오영수씨의 장남으로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미대 조각과를 나와 잡지표지 도안과 건축물부조 작업, 학원강사등을 전전할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판화작업에 나선 때는 80년 「현실과 발언」창립전 이후. 민중미술운동에 동참하면서 그의 천부적 재능은 빛을 발하게 된다. 즐겨 선택했던 소재는 밑바닥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막벌이꾼들의 바람과 분노를 담은 「기마전」, 한 손에 낫을 들고 아이를 부둥켜 안은채 눈을 부릅뜬 여인을 그린 「대지」등은 끈끈한 민중의 삶과 생명의식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과 풍경을 표현한 「천렵」 「김장」 「석양」등에서는 풍부한 서정성과 해학을 느낄 수 있다. 역동성과 생동감이 넘치는 그의 작품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진원지였던 대학가의 걸개그림과 상징물의 원형이 됐고 목판화가들에게는 교과서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작품은 한 무더기 똥을 싸놓은 것』이라며 한사코 개인전 개최를 거부했다. 지나친 음주로 병을 얻은 그가 주변의 강권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을 연 것은 죽기 두 달여전인 86년5월. 그림마당 민에서 열렸던 개인전은 60여종의 판화 대부분이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1점에 20만∼30만원에 거래됐던 작품은 현재 300만∼1,000만원을 호가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번 출품작들은 100만∼500만원에 판매된다.

김윤수 교수는 『추모전은 타고난 예술가이자 「장외작가」였던 오윤을 재평가하면서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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