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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파행 너무 오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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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파행 너무 오래다(사설)

입력
199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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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낙후성과 구태는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지만 지난 1주일간 새국회개원과 관련하여 여야가 보여준 태도는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다. 정치 지도자와 국회의원이 막중한 책무를 팽개친 채 오직 체면과 당리당략을 위해 국회의 공전과 파행을 되풀이함으로써 저질스럽고 한심한 국회임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어제 여야가 국회를 내주초까지 휴회, 냉각기를 갖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국민으로서는 씁쓸하기만 하다.새 국회의 원구성저지는 여당의 잇단 무소속 영입과 선거사범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야당의 반발로 시작됐지만 의장·부의장은 무조건 선출했어야 했다. 세계 어느 선·후진국 국회도 국회개원을 정치적 흥정으로 늦추는 나라는 없다. 영국·미국·일본은 개원초 사무총장사회로 의장단을, 독일·프랑스는 최연장자의 주재로 말썽없이 선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국정운영을 감독·견제하고 또 민의를 국정에 반영해야 할 국회가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면서 6개월간이나 문을 닫고 있는데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북한동향과 동북아 기류변화, 대미·일·중관계에서부터 안으로는 가스폭발등 잇단 사고, 멕시코시티를 닮아가는 심각한 대기 및 수질오염, 수출비상과 물가불안정, 교통난, 교육문제등 중요한 현안들이 쌓이는데도 여야지도부는 이를 외면한채 상대방제압등 고집과 감정의 힘겨루기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정치는 4유는커녕 5유 6유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제 여야는 국민을 분노케 하는 부질없는 대결은 중단하고 내주초엔 의장·부의장을 선출, 국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여당은 더 이상 인위적 의원 영입을 하지 않을 것을 공언하고 야당은 의사방해를 중단해야 한다. 각종 제도개선과 선거부정특위문제 등은 첫임시국회에서 떳떳하게 협상을 통해 타협해야 한다. 사실 총무들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했다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영삼대통령이 야당의 두 김총재와 단독내지 합동영수회담을 갖고 국회정상화를 타결지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김대통령이 강조했던 「새정치」 「화합의 정치」 「큰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국회―정치의 표류가 각분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국정을 이끌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가 않다. 여당이 세확보를 위해 애써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하여 혹시나 정국을 독주하려는 것도, 또 두 김씨가 립지와 대권준비를 위해 국회개원을 지연시키는 인상을 주는 것 모두 경계하고 있다.

더 이상 국회 공전과 파행이 계속될 경우 정치권에 대한 불신, 특히 3김에 대한 인책론도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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