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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비자금 연 1조8,000억원/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 실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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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비자금 연 1조8,000억원/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 실태보고서

입력
199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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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계약·변칙회계처리 등 통해 조성/매출 대비 음성자금 건설업 1.6% 최고국내기업들이 1년동안 조성하는 「검은돈」의 규모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원회(위원장 서영훈)는 13일 「기업음성자금 실태 및 방지대책」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음성자금 조성액이 연간 1조7,9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20위권 재벌의 연간매출총액보다도 많은 액수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한세정책연구원 이순영부원장이 실시했던 조사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조사는 국내기업을 ▲제조업 ▲건설업 ▲금융 보험 부동산업 ▲운수 창고 통신업등 4개군으로 나눠 각각 5개기업씩 선정, 자금담당자에게 「매출액에서 음성자금으로 얼마나 조성하나」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기업군별 매출액기준 음성자금 조성비율은 역시 건설업이 1.6%로 가장 높았다. 1,000원어치를 팔면 16원은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뜻이다. 음성자금비율이 다음으로 높았던 부문은 운수·창고·통신업으로 1.25%였으며 제조업은 1.1%, 그리고 금융·보험·부동산업은 0.9%로 가장 낮았다.

이같은 비율을 한국은행이 집계한 94년 산업별 총매출액에 곱하면 업종별 음성자금 조성액은 ▲제조업 7,645억원 ▲건설업 4,288억원 ▲금융·보험·부동산업 3,690억원 ▲운수·창고·통신업 2,250억원의 순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세전경상이익률은 3.6% 내외. 1,000원어치를 팔아 평균 36원의 이익을 남긴다는 뜻으로, 결국 국내기업들은 이익의 30∼50%에 해당하는 액수를 음성자금으로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같은 검은돈을 이익으로 돌린다면 종업원과 투자자에게 더많은 몫을 돌려줄 수 있고 사업에 더많은 재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음성자금을 주로 ▲기업간 거래시 단가조작 ▲원급 및 하도급업체간 2중계약 체결 ▲접대비·기부금의 과다계상 및 변칙회계처리 ▲술·음식료품등의 무자료거래등을 통해 조성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건설업의 높은 음성자금비율. 이는 「건설업은 비자금의 보고」 「건설에는 단가가 없다」는 통설을 입증시켜주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까다로운 회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제조업이나 금융업과는 달리 장부에는 정상단가를 쓰고 실제 그 이하로 하도급을 주고 자재를 구매하면 차액은 바로 비자금으로 남게 된다. 기업들이 건설회사를 계열사로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사대상기업들은 음성자금을 조성하는 이유로 ▲돈이 많이 드는 정치적 관행과 정경유착 ▲관주도적 정책과 규제의 남발 ▲오너중심의 기업경영풍토 ▲부패처벌법규의 미비등을 들었다. 따라서 이같은 음성자금을 원천적으로 없애려면 ▲정치자금 모금방식의 전환 ▲상속·증여세제 강화를 통한 부의 대물림방지 ▲공직자 부패처벌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조사에 응한 기업 자금담당자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지하경제중 5∼7%가 음성자금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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