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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저 「테마가 있는 생활 한자」(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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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저 「테마가 있는 생활 한자」(요즘 읽은 책)

입력
199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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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자 쉽고 흥미있게 풀이일찍이 헤겔은 한자를 가리켜 저급한 이성능력을 가진 민족에게 적합한 표현체계라고 멸시하고 이러한 문자를 토대로 한 중국문명 자체도 낙후된 것으로 규정하였다. 헤겔의 이러한 편견은 사실상 마르크스에게도 계승되어 이른바 아시아 정체성이론의 숨은 근거가 된다. 데리다는 그의 「그라마톨로지」에서 서구 형이상학의 상형문자에 대한 이러한 편견, 바꾸어 말해 알파벳 중심주의야말로 결국 이성주의와 백인우월주의에 기초한 종족적 편견에 다름 아니라고 못박는다.

사조가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 이즈음은 바야흐로 한자부활의 시대이다. 중국대륙과의 관계가 긴밀함을 더해가면서 이제 문화의 동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고 현실적으로 한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한자열풍은 일반사람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시중에는 한자학습을 위한 수많은 입문서·해설서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어렵고 복잡한 한자를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 하나 모든 경우가 그렇듯이 진정 수준있고 실속있는 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대현선생의 「테마가 있는 생활한자」(사계절)는 그야말로 왕초보를 위한 길잡이는 아니지만 자전정도 찾아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면 누구든 재미있게 한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꾸며진 책이다. 우선 신뢰가 가는 점은 저자가 요즘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한문공부를 제대로 한 분이라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난삽하지도, 천박하지도 않게 잘 설명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저자는 종래의 천자문적인 설명방식을 지양하고 우리의 핍근한 일상생활과 관련하여 테마별로 한자를 풀이해 나간다. 예컨대 관혼상제의 테마에서 출생·결혼 등과 관련한 많은 한문어휘들의 유래와 용법을 고전이나 전설을 인용하여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결혼식 피로연이 피로를 푸는 잔치가 아니라 「드러내 널리 알리는 잔치」임을 알게 되듯이 많은 어휘들을 정확히 익히게 된다. 아울러 한자풀이의 과정을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상식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아마 어려운 한자공부를 이토록 쉽게, 그러면서도 학문성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 책을 좀처럼 만나기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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